우리역사문화사전/우리말 어원 14

살판나는 세상

살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재물이 많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거듭되어 살림이 좋아지는 판국” 또는 “기를 펴고 살아나갈 수 있는 판”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말의 유래는 유랑연예집단인 남사당패의 놀이에서 나왔다. 남사당의 땅재주 놀음 중에 '살판'이라고 있다. 즉 광대가 몸을 날려 넘는 땅재주로 ‘지예(地藝)’ 또는 ‘장기(場技)’라고도 하였다. 남사당패는 꼭두쇠를 중심으로 농악인 풍물, 대접돌리기인 버나, 줄타기인 어름, 가면극인 덧뵈기, 인형극 또는 꼭두각시 놀이인 덜미와 함께 땅재주인 살판 등 여섯 연희를 공연했다. 살판은 여섯 놀이 중 세 번째에 해당된다. '살판'은 어릿광대와 꾼이 재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땅재주를 부리는 놀이로 매우 격렬하고 흥겹기 때문에 살판을 놀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며 ..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다

어제와 오늘은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가 강추위를 '동장군'이라고도 한다. 동장군이 일본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동장군(冬將軍)이란? 동장군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의인화한 것으로 한자 그대로 '겨울 장군'이라는 뜻이다.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하게 된 원인을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라고 한 것을 영국 언론에서 'general winter, general frost'등으로 표현했는데, 일본의 작가 모리 오가이가 ‘동장군(冬將軍)’, 즉 ‘후유쇼군’이라고 번역해 읽었다. 이 표현을 한국에서 그대로 사용하면서 쓰이게 된 것이다. 1812년 6월 나폴레옹은 유럽대륙을 정복하고 대륙봉쇄령을 어긴 러시아를 향해 쳐들어갔다. 나폴레옹 군대의 침입에 러시아 군..

좌우지간이 당간지주에서 나온 말

좌우지간(左右之間)은 ‘좌우간(左右間)’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사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아마도 우리 조상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넉 ‘사(四)’에 맞추다 보니, 어조사 ‘지(之)’가 들어가 ‘좌우지간(左右之間)’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좌우지간(左右之間)’은 ‘좌우당간(左右幢竿)’에서 변이된 것이라고 추측한다. ‘당간(幢竿)’은 사찰로 들어가는 입구나 혹은 대웅전 앞에 설치한 불화를 그린 기인 ‘당(幢 )’을 내거는 기둥이다. 통일신라 이후 사찰에 만들어졌으며, 찰간(刹竿)•장간(長竿)•정간(旌竿)•기간(旗竿)•치간(幟竿)•번간(幡竿)•범장(帆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을 걸어두는 이유로는 ‘사찰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알려 사악한 것을 물리치기 위한 것’과 ‘사찰이 신성한 곳이라는 사실..

질척거리다

'질척거리다'에 대해 장관이 성적불쾌감을 느껴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질척거리다는 아름다운 우리말 중 하나이다. '질척거리다'는 사전적 의미로 '물기가 많아 차지고 질다'라든지 '진흙이나 반죽이 물기가 많아 매우 차지고 진 느낌이 자꾸 들다.'로 풀이하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달라붙는 모습'이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끈질기게 부탁한다'라든가 '헤어진 연인 관계에서 미련 못버리고 매달린다'라고 할 때 사용한다. 국정감사장에서 남녀 사이의 관계는 아닐 것이고, 감사장이기에 끈질기게 부탁하는 것도 아닐텐데, 왜 성적불쾌감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글을 쓰는 것은 특정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방송이나 책을 쓰는 작가 등 공인들이 말을 할 때 단축어나 일본식 한..

흐지부지

'일을 분명히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로 '흐지부지'가 있다. 이 말은 한자어가 우리말로 된 형태이다. 즉 '휘지비지(諱之秘之)'이다. 이 말을 조선어학회 큰사전에서는 '남을 꺼려서 몰래 얼버무려 넘김'으로 풀이돼 있다. 그리고 '휘비(諱秘)'는 '휘지비지'의 준말로 설명돼 있다. 본디 ‘휘(諱)’는 ‘꺼리다’, ‘피하다’는 뜻이다. 조상이나 왕의 이름은 자손이나 백성의 입장에서 함부로 부르거나 쓸 수가 없었다. 후손들의 이름을 지을 때는 그런 글자를 피했으니, 이를 ‘휘(諱)’ 또는 ‘피휘(避諱)’라고 하였다. ‘秘’에서 부수인 ‘示(보일 시)’는 ‘귀신(鬼神)’ 혹은 ‘조상(祖上)’을 뜻한다. ‘비(秘)’는 마치 ‘귀신이 하는 일이라 비밀로 감추어 숨긴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