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83

사쿠라

요즘 '사쿠라' 논쟁이 정치판에서 나오고 있다. 변절자를 가리키는 이 말은 원래 1961년 5.16군사정변 후 정계에서 유행한 말이다. 어원은 일본어 '사쿠라니쿠'에서 비롯되었다. 사쿠라니쿠는 색깔이 벚꽃과 같이 연분홍색인 말고기를 가리키는 말로서, 쇠고기인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였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원래 말고기는 생(生)일 때는 붉은빛이 선명하지만 , 이것을 끓이거나 삶으면 연분홍색으로 반뀌어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팔았던 것이다. 즉 겉보기는 비슷하나 사실은 다른 것이라는 뜻이다. 정치 환경이 바뀜으로 해서 종래의 자기 조직을 이탈하는 양상이 많아지자 변절한 옛 동지를 비꼬는 말로 쓰였다. 이를 봊꽃으로 잘못 이해한 일부 정치인들이 사쿠라꽃이 만발했느니, 사쿠라가 피었느니 하는 표현을 아..

신토불이는 불교에서 온말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압구정 강남 거리 여기는 어딘가 순이는 어디 가고 미쓰 리만 있느냐/쇼윈도의 마네킹이 외제품에 춤을 추네 쌀이야 보리야 콩이야 팥이야/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깎두기 잊지마라 잊지마/너와 나는 한국인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영등포 명동 거리 여기는 어디냐 순이는 어디 가고 미쓰 김만 있느냐/진열장의 마네킹이 외제품에 춤을 추네 쌀이야 보리야 콩이야 팥이야/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깎두기 잊지마라 잊지마/너와 나는 한국인 신토불이 (신..

유감스럽다

말을 잘못해 오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해야 오해나 갈등을 풀 수 있을까. 김모 국회의원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거짓말이엇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사과를 표현하는 말로는 ‘유감입니다’ ‘미안합니다’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유감(遺憾)’은 ‘내 마음에 아직 섭섭함이 남아 있다’는 뜻의 일본식 어법이다. 주로 대통령 등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이 말을 종종 쓰는데, 듣는 쪽에서 잘 동의하지 않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유감과 사과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유감은 '마음에..

어버이 날에 생각하는 효자는?

효자란 말은 본래 제사 때 읽는 축문(祝文)에 쓰이는 말이다. 제사 지낼 때 제주(祭主)가 되는 맏아들이 축문에서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이 바로 효자(孝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돌아가신 어버이의 제사를 드릴 의무가 있는 아들(주로 큰 아들)이란 1인칭 대명사이다. "나는 효자다"라고 하면 "나는 제사를 드리는 사람이다"는 뜻이지, '부모를 잘 섬기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늘날은 '살아 계실 때나 돌아가셨을 때나 부모를 잘 섬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말로 쓰인다. 즉 1인칭 대명사가 3인칭 대명사로 바뀌었다. - 이재운 선생의 정약용은 강진에 유배를 가있을 때 자식들에게 쓴 편지에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라는 것을 머리를 짜서 해야 한다. 어머니가 기쁘면 자식은 즐거울 것이며 이것이 결국 ..

고독(孤獨)

고독(孤獨)이란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 '세상에 홀로 떨어져 매우 외롭고 쓸쓸하다'고 나온다. 내 사전에는 '부모형제 없이 홀로 지내거나, 늙은이가 자식없이 홀로 살다.'로 나온다. 나는 왜 이렇게 새길까? 고(孤)는 부모형제 없이 혼자 사는 아이 등을 가리키는데, 왕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다. 왕은 아버지가 죽어야만 즉위할 수 있으나, 아버지가 살아있으면서 왕이 되는 일은 없다. (상왕 등을 빼고) 이 글자는 원래 어린 아이가 마치 오이덩굴에 매달린 작은 오이(瓜)처럼 달랑달랑 겨우 산다는 뜻을 나타낸다. 독(獨)은 처자식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을 가리킨다. 흔히 독거라고 쓴다. 원래 독은 고양이과 야생동물이 풀숲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야생동물들(犭)이 애벌레(蜀)처럼 웅크리고 있다는 뜻이다

川은 물 세 줄기인가?

날 더우니 잠시 쉬면서 상식 하나 배우자. 물이 흐르는 길 '내'는 한자로 '川'이다. 그런데 이것이 물 세줄기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물줄기는 가운데 한 개뿐이고, 양쪽의 ㅣ은 둑을 가리킨다. *티베크 사람들이 수미산으로 섬기는 '카일라스' *에어컨을 켰더니 베란다에 사는 식물들이 뜨겁다면 고통을 호소한다.

순직이란 무엇인가?

김동식 소방령이 순직했다. 순직이란 무엇인가? 순국, 순직, 무슨 뜻인가? 원래 순장이란 제도가 있었다. 어디 아픈 데도 없고 나이도 젊어 가려면 아직도 먼데도, 왕이 죽으니 할 수 없이 묘지에 파묻히는 궁녀, 시종들이 있었다. 죽어서도 주인을 지키라는 뜻이었다. 殉은 '따라 죽다'는 뜻이다. 왕이 죽은(歹:죽을 사 변) 지 열흘(旬) 안에 따라 죽어야 하니 길어봐야 열흘 산다. 열흘이라는 건, 태어난 날의 10간과 같은 날이 되어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으므로 (商시대부터 그랬는데, 동양 문화가 다 그랬다) 을일에 태어난 사람이 병일에 죽으면 을일이 올 때까지 9일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처럼 현대에도 순장의 풍습이 남아있는 분야가 순국과 순직이다. 즉 나라를 위해 죽으면 순국, 직무를 하다 죽으면 순직이..

터무니없다

내용이 허황되어 도무지 근거가 없는 것을 가르킬 때 쓰는 말로 '터무니 없다'라고 한다. '터'는 본래 집이나 건축물을 세운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헐어도 주춧돌을 놓았던 자리나 기둥을 세웠던 자리들이 흔적으로나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의 사진처럼 그런 흔적조차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 집이 있었는지 어떤 구조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터의 무늬(자리)가 없다는 말은 곧 믿을 수 없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오래 전에 집이나 어던 구조물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유허비가 세워져 알려주고 있다.

세상(世上)

영어 world는 '세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다. world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만을 가리키는 말이고, 현재에 이르러서 지구라는 뜻으로 그 뜻이 넓어졌다. 하지만 우리 말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뜻이다. ('세상'을 우리 말이라고 하면 그거 중국말 아니오,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자어 중에서도 깊은 철학을 담은 말 중에서는 중국인이 아닌 쿠마라 치바가 만든 말이 대단히 많다. 그러니 그냥 우리 말이라고 이해하시라.) 세상은 두 개의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이다. 먼저 세(世)를 보자. 옮겨 흐르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가리킨다. 이런 뜻에서 이어 내려오는 가계(家系)를 뜻한다. 곧 인간 사회를 나타낸다. 역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상(上)은 위, 위쪽이다. 처음에..

하나님

장로, 집사 등 개신교 친구들에게 '하나님'이 무슨 뜻이냐 물으면 십중팔구 유일신이라는 그 하나를 뜻하는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천만에! 우리말 사전 편찬자로서 여러 번 지적해도 개신교인들은 자기들이 믿고싶은 것만 믿는다. 어제 1887년에 출간된 를 구해, 그 중에서 1874년에 번역되어 먼저 찍은 을 보니 또렷하게 찍힌 과 이 나온다. 1882년에 나온 에는 하느님도 등장한다는데, 내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즉 의주 등 평안도 사람들이 번역한 이 성경에는 평안도 발음으로 하늘을 하날이라고 적고, 하날님을 ㄹ 탈락시킨 하나님으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