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경복궁의 박석을 생각한다. 창덕궁의 박석은 경복궁의 자연스러움만은 못하지만, 박석 사이로 흐르는 물은 아름답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언제나 햇볕이 쨍쨍, 아쉬움이 크다. 품계석 사이에는 임금이 드나드는 어도가 박석보다 높게 나있다. 창덕궁 박석과 품계석 박석 사이로 난 잔디는 품계석 뒤로 서있던 관리들에게는 아주 좋은 쉼터이다. 왜냐하면 뜨거운 햇볕과 돌, 거기에 검은 색 가죽신은 발을 더욱 따스하게 했다. 박석 사이의 잔디는 뜨거움을 해소시키는 청량제라고나 할까? '궁궐(宮闕)'은 내전을 뜻하는 '궁'과 외전을 뜻하는 '궐'로 구분한다. 내전은 임금과 그 가족과 권속들이 살림하는 구역이며, 외전은 임금과 신하들이 정사를 보는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