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 190

터무니없다

내용이 허황되어 도무지 근거가 없는 것을 가르킬 때 쓰는 말로 '터무니 없다'라고 한다. '터'는 본래 집이나 건축물을 세운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헐어도 주춧돌을 놓았던 자리나 기둥을 세웠던 자리들이 흔적으로나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의 사진처럼 그런 흔적조차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 집이 있었는지 어떤 구조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터의 무늬(자리)가 없다는 말은 곧 믿을 수 없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오래 전에 집이나 어던 구조물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유허비가 세워져 알려주고 있다.

화내지 말라

의학적으로 화(火)는 뇌의 시냅스에 너무 많은 접속이 일어나서 전기신호가 넘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화내는 사람들의 머리를 찍어보면 실제로 불이 켜진 듯 하다. 사람들은 보통 100조 개의 시냅스에 불이 들어오는데,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데 그것이 200조, 300조가 되는 수가 있다. 머리에 불이 난다. 그때 기절하거나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것이다. 주인은 화를 내지 않는다. 주로 종이 화를 내는 것이다. 한자에 그것을 확실히 적어놓았다. 노(怒)는 바로 종(奴)의 마음(心)이다. 종은 늘 주인만 바라보며 짖어야 하니, 하도 피곤해서 늘 화가 나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그냥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벌떡 일어나 골내고 소리지른다. 그러므로 화내지 마시라. 화를 내면 "나 종놈이요"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원..

세상(世上)

영어 world는 '세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다. world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만을 가리키는 말이고, 현재에 이르러서 지구라는 뜻으로 그 뜻이 넓어졌다. 하지만 우리 말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뜻이다. ('세상'을 우리 말이라고 하면 그거 중국말 아니오,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자어 중에서도 깊은 철학을 담은 말 중에서는 중국인이 아닌 쿠마라 치바가 만든 말이 대단히 많다. 그러니 그냥 우리 말이라고 이해하시라.) 세상은 두 개의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이다. 먼저 세(世)를 보자. 옮겨 흐르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가리킨다. 이런 뜻에서 이어 내려오는 가계(家系)를 뜻한다. 곧 인간 사회를 나타낸다. 역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상(上)은 위, 위쪽이다. 처음에..

하나님

장로, 집사 등 개신교 친구들에게 '하나님'이 무슨 뜻이냐 물으면 십중팔구 유일신이라는 그 하나를 뜻하는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천만에! 우리말 사전 편찬자로서 여러 번 지적해도 개신교인들은 자기들이 믿고싶은 것만 믿는다. 어제 1887년에 출간된 를 구해, 그 중에서 1874년에 번역되어 먼저 찍은 을 보니 또렷하게 찍힌 과 이 나온다. 1882년에 나온 에는 하느님도 등장한다는데, 내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즉 의주 등 평안도 사람들이 번역한 이 성경에는 평안도 발음으로 하늘을 하날이라고 적고, 하날님을 ㄹ 탈락시킨 하나님으로 적었다.

숙제(宿題)

요즈음 온라인 수업으로 많은 학생들이 숙제로 골치가 아픈 모양이다. 숙제(宿題)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집에서 해오는 과제' 정도라고 알고 있다.한 교사는 '속옷 빨기와 SNS에 올리기'라는 숙제를 내주었다가 어제 파면을 당했다. 아마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행정심판을 거치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숙제의 진짜 뜻은 무엇일까? 옛날 서원이나 서당에서 시회(詩會)를 열기 몇일 전에 미리 시제(詩題)를 알려주는데, 이를 '숙제(宿題)라고 한다. 즉 시제를 미리 알려주어 그동안 집에 가서 충분히 생각해오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숙제는 미리 생각해본 다음 수업에 참가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숙제는 예습에 가깝다.

이재운선생의 <잘난 척 우리 한자어 사전>

지금까지 이런 한자어사전은 없었다 한자는 우리 역사 중 1500여 년을 기록한 매우 중요한 기본 문자다. 그러면서 중국, 베트남, 티베트, 일본, 몽골, 싱가포르, 타이완 등 아시아 공동체를 이루는 여러 나라에서 함께 써온 공통 문자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를 살필 때 한자는 모든 아시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