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세상(世上)

윤의사 2021. 1. 20. 15:55

영어 world는 '세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다.

 world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만을 가리키는 말이고,

현재에 이르러서 지구라는 뜻으로 그 뜻이 넓어졌다.

하지만 우리 말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뜻이다.

('세상'을 우리 말이라고 하면 그거 중국말 아니오,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자어 중에서도 깊은 철학을 담은 말 중에서는 중국인이 아닌 쿠마라 치바가 만든 말이 대단히 많다.

그러니 그냥 우리 말이라고 이해하시라.)

 

세상은 두 개의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이다.

먼저 세(世)를 보자.

옮겨 흐르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가리킨다. 이런 뜻에서 이어 내려오는 가계(家系)를 뜻한다.

곧 인간 사회를 나타낸다. 역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상(上)은 위, 위쪽이다. 처음에는 금(ㅡ)을 그려 점()을 찍은 것으로위를 나타내다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상(上)이 되었다.

 

따라서 세상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세상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세계(世界)보다 단위가 좁다.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거나,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펼쳐지는 곳이다.

알고 쓰든 모르고 쓰든 그 뜻은 이렇다. 쿠마라 치바는 붓다의 철학을 이 단어에 잘 숨겨두었다.

 

쿠마라 치바가 한문으로 번역한 반야심경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붓다가 말하기를 "舍利子여,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是空法 非過去非未來非現在"라고 하였다.

나중에 현장스님은 이 구절을 빼버렸다. 당시 중국인들로서는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아마 본인도 잘 몰랐던 듯하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다" 이 무서운 진리는 오늘날까지도 숨겨져 있다.

하지만 세상(世上). 세계(世界)란 말에는 이 뜻이 들어가 있다.

인간의 본능에만 충실한 한자, 한문에 불교철학이 스며들지 않았다면 우리 조상들의 삶은 더욱 강팍해졌을 것이다.

-출퍼:이재운선생님의 '알탄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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