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 190

홍범도 독립투사 겸 소련군 대위가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반대한다.

아래의 글은 이재운 소설가의 글을 인용하면서 본인의 의견도 말하고자 한다. 이재운 소설가의 글 일부 이 분은 위대한 독립투사이지만, 중간에 그만두고 소련에 들어가 볼세비키 당원이 된 사람이다. 청와대 홍보쟁이들이 내세운 사진도 , 사실은 소련 군복 입고 블라디미르 레닌이 하사한 권총을 자랑스럽게 둘러차고, 레닌이 하사한 외투를 입은 채 다리를 떡 벌려가며 소련볼세비키당원(1927년 입당)으로서 찍은 기념사진에서 이 부분만 오려낸 것이다. 우리가 그를 기리는 것은 그가 조선 독립군으로서 봉오동 전투를 치를 때의 홍범도일 뿐이다. 김일성이가 논쟁 중이지만 보천보 전투라는 독립운동 후 소련군 첩보대 장교로 복무한 전력은 우리와 상관없는 나쁜 공산주의자일 뿐이다. 홍범도는 소련군 제5군단 합동민족여단 대위, 김..

말의 어원 1

고인류 어느 시기에 언어가 생겼는지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사피엔스가 유라시아 대륙을 타고 한반도 혹은 만주·시베리아 등으로 이동하기까지 수많은 언어가 따라오고, 새로 생기고 바뀌었을 것이다. 우리말로만 본다면 고구려·신라·백제·가야가 같은 듯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이때 형성된 우리말은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고려 때 들어온 몽골어,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일본어, 그 후 들어온 영어 등 외래어가 매우 복잡하게 섞이고 바뀌어가며 우리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국어사전대로만 사용한다면 깊은 말뜻을 주고받기 어려워진다. 문법이 어긋나는 것은 고칠 수 있지만 단어가 잘못된 것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시치미를 떼다’는 말은 ‘자기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도량형과 이름

‘골백번’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는 ‘‘여러 번’을 강조하거나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골’은 우리나라 옛말로 ‘만(萬)’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골백번이란 백번을 만번 더한다는 뜻이 되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횟수를 가리킨다. 수량을 나타내는 우리말 중에는 그 뜻이 두루뭉술한 게 굉장히 많다. 농경시대에는 벼나 보리 등 농산물의 무게와 부피를 재는 도구가 단순했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고 에둘러 가리키는 수사(數詞)가 많았다. 이를테면 ‘두서넛’ ‘대여섯’ ‘여남은’같이 막연한 수사가 널리 쓰였다. 하지만 농경시대에서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변화하면서 수사는 매우 정밀해지고 있다. 심지어 십억분의 1인 나노로 길이와 무게·크기를 따지는 분야가 늘고 있는데, 우리말에서는 아직 그런 추세를 따라가지 ..

사과를 표현하는 말

말을 잘못해 오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해야 오해나 갈등을 풀 수 있을까. 사과를 표현하는 말로는 ‘유감입니다’ ‘미안합니다’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유감(遺憾)’은 ‘내 마음에 아직 섭섭함이 남아 있다’는 뜻의 일본식 어법이다. 주로 대통령 등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이 말을 종종 쓰는데, 듣는 쪽에서 잘 동의하지 않는 말이다. ‘미안(未安)합니다’의 경우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다. ‘사과합니다’라고 직접 말할 수도 있는데, ‘사과(謝過)’의 사(謝)는 화살을 쏘듯이 분명히 말하는 것이고, 과(過)는 ‘입이 비뚤어져 헛소리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허물을 스스로 말해 용서를 청하..

화(化), 적(的, 상(性)

신라의 삼국통일 때 한문이 들어와 공용 문자가 되면서 우리말이 짓밟히기 시작했다. 고려말 몽골 침입 이후 또 한번 몽골어의 엄청난 습격을 받는다. 다만 몽골어는 문자 표기가 없고 같은 어족으로서 우리말에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바람에 그다지 표가 나지 않았다. 조선 말기 일제에 강점되면서 가장 치욕적인 언어 말살을 당한다. 즉 일제 강점이 시작된 1910년 이후 일본어가 공용어가 되고, 1919년 일본어사전을 들여와 설명 일부만 한글로 표기한 이 출간되면서 우리말과 글은 오늘날까지 일본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화(化)·적(的)·성(性)이다. 이 세 한자는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글자들이다. 화(化)는 죽다·바뀌다·변하다는 뜻이다. 한자를 살펴보면 한 사람은 거꾸로 서 있는 모양이다...

순직이란 무엇인가?

김동식 소방령이 순직했다. 순직이란 무엇인가? 순국, 순직, 무슨 뜻인가? 원래 순장이란 제도가 있었다. 어디 아픈 데도 없고 나이도 젊어 가려면 아직도 먼데도, 왕이 죽으니 할 수 없이 묘지에 파묻히는 궁녀, 시종들이 있었다. 죽어서도 주인을 지키라는 뜻이었다. 殉은 '따라 죽다'는 뜻이다. 왕이 죽은(歹:죽을 사 변) 지 열흘(旬) 안에 따라 죽어야 하니 길어봐야 열흘 산다. 열흘이라는 건, 태어난 날의 10간과 같은 날이 되어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으므로 (商시대부터 그랬는데, 동양 문화가 다 그랬다) 을일에 태어난 사람이 병일에 죽으면 을일이 올 때까지 9일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처럼 현대에도 순장의 풍습이 남아있는 분야가 순국과 순직이다. 즉 나라를 위해 죽으면 순국, 직무를 하다 죽으면 순직이..

파랑과 초록

녹색-청색, 구분해서 색깔 표현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색깔을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 것 같다. 빛깔보다는 소리에 더 민감해 소리 어휘, 의성어 등이 굉장히 발달했다. 이유를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지만 아마도 오방색(五方色)이라는 유교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의심된다. 이러한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 따른 오방색이 동아시아 민족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보니 고전에는 청(靑)·적(赤)·황(黃)·백(白)·흑(黑)으로 대부분 표현됐다. 그러면서 풀이나 나뭇잎 색깔을 가리키는 초록이 빠지고, 사람들은 하늘이든 바다든 풀이든 나무든 다 청(靑)으로 적게 됐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등으로 뒤섞어 쓴다. 파란색과 녹색만큼 자주 헷갈리는 어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에 색깔 표현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변죽

에둘러 말하는 기술 ‘변죽’이란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변죽을 울린다’는 말은 가장자리를 쳐서 복판을 울리게 하거나 그러리라는 예고를 한다는 뜻이다. 입말로 가장 많이 쓰는 변죽은 장구와 과녁이다. 장구의 경우 쇠가죽 중앙을 복판, 끝부분을 변죽이라고 한다. 변죽을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 대신 툭툭거리는 탁음이 난다. 보통 변죽을 먼저 쳐서 연주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데, 그래서 ‘변죽 울리다’는 본론을 말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는 뜻이다. 과녁의 경우 점수판 가장자리를 변죽이라고 한다. 화살이 변죽에 맞아 튕겨져 나가면 ‘변죽을 치다’라고 해 할 말을 곧장 하지 않고 상대가 헤아릴 수 있도록 넌지시 말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말에는 비유·속담·숙어 등이 많은 편인데, 에..

갸날프다

옷감이 가늘고 얇다는 의미 자주 쓰는 말이지만 그 뜻을 캐물으면 막상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형문자인 한자어라면 그 해석을 추적할 지문( 같은 자전들)이라도 있는데, 우리말은 문자도 없는 상태에서 입말로만 수천년 써오다 보니 그 변화가 매우 심해 유추가 쉽지 않다. 적어도 아시아의 인류사·문화사를 파고들어야 그 뜻을 겨우 새길 수 있는 말이 있다. ‘가냘프다’가 그런 말 중의 하나다. 막상 무엇을 가냘프다고 하느냐고 콕 집어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 표준국어대사전조차 ‘몸이나 팔다리 따위가 몹시 가늘고 연약하다’ ‘소리가 가늘고 약하다’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가냘프다’는 가늘고 약하다는 뜻이어야 한다. 여기서 약하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원래 ‘가냘프다’는 비단옷..

오사리 잡놈

주로 힘을 쓰는 거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오사리 잡놈’ ‘오살할 놈’ 등의 말을 쓰는 걸 볼 수 있다. 오사리 잡놈과 오살할 놈은 서로 다른 말이지만 뒤섞여 쓰이고 있다. ‘오사리’는 이른 철의 사리 때 잡히는 작은 새우 속에 끼어 있는 잡것을 가리킨다. 새우잡이는 주로 9월에서 11월 사이 사리 때 하는데, 그보다 이른 철인 5월 사리 때 잡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새우가 매우 작아 그물에는 이것저것 잡고기가 많이 들어와 걸린다. 오사리 잡놈이란 욕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로, 새우를 제외한 온갖 지저분하고 쓸데없는 잡스러운 것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리란 초승달과 보름달이 뜰 무렵 태양과 달의 인력 차이로 인해 바닷물이 크게 들어오고 나가는 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