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오사리 잡놈

윤의사 2021. 6. 16. 19:17

주로 힘을 쓰는 거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오사리 잡놈’ ‘오살할 놈’ 등의 말을 쓰는 걸 볼 수 있다.

오사리 잡놈과 오살할 놈은 서로 다른 말이지만 뒤섞여 쓰이고 있다.

‘오사리’는 이른 철의 사리 때 잡히는 작은 새우 속에 끼어 있는 잡것을 가리킨다.

새우잡이는 주로 9월에서 11월 사이 사리 때 하는데, 그보다 이른 철인 5월 사리 때 잡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새우가 매우 작아 그물에는 이것저것 잡고기가 많이 들어와 걸린다.

오사리 잡놈이란 욕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로, 새우를 제외한

온갖 지저분하고 쓸데없는 잡스러운 것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리란 초승달과 보름달이 뜰 무렵 태양과 달의 인력 차이로 인해 바닷물이 크게 들어오고 나가는 때를 가리킨다.

이때에는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높은 썰물에 휩쓸려 크게 뒤집혀 고기잡이가 매우 잘된다.

그렇다면 ‘오살할 놈’은 뭘까. ‘오사리 잡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말이다.

오살(五殺)은 반역죄나 대죄인을 사형에 처할 때 쓰던 형벌로서 사람의 몸을 다섯토막 내서 죽이는 끔찍한 형벌이다.

다섯토막이란 두 다리와 두 팔, 머리를 가리킨다.

우리 욕에는 이처럼 형벌에 관계된 말이 많은데 손으로 쳐서 죽인다는 ‘박살(搏殺)’,

긴 막대기 두개인 주릿대로 고문하다에서 온 ‘주리를 틀 놈’, 죄인처럼 오랏줄로 묶는다는 뜻의 ‘우라질 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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