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감이 가늘고 얇다는 의미
자주 쓰는 말이지만 그 뜻을 캐물으면 막상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형문자인 한자어라면 그 해석을 추적할 지문(<강희자전> <옥편> 같은 자전들)이라도 있는데,
우리말은 문자도 없는 상태에서 입말로만 수천년 써오다 보니 그 변화가 매우 심해 유추가 쉽지 않다.
적어도 아시아의 인류사·문화사를 파고들어야 그 뜻을 겨우 새길 수 있는 말이 있다.
‘가냘프다’가 그런 말 중의 하나다.
막상 무엇을 가냘프다고 하느냐고 콕 집어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
표준국어대사전조차 ‘몸이나 팔다리 따위가 몹시 가늘고 연약하다’ ‘소리가 가늘고 약하다’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가냘프다’는 가늘고 약하다는 뜻이어야 한다.
여기서 약하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원래 ‘가냘프다’는 비단옷이나 삼베옷을 입는 동양의 복식문화에서 나온 말이다.
비단이나 삼베를 짤 때 실이 가늘수록(섬·纖) 옷감이 곱게 나온다.
가늘고 곱다는 기준에 맞는 옷감을 가리켜 섬세하다고 말하는데,
섬세(纖細)란 ‘가늘고 고운 실’을 가리키는 한자어다.
그런 옷감은 속살이 비칠 만큼 매우 얇다.
이처럼 옷감은 가늘고 얇아야 품질이 더 좋은 것인데, 가늘고 얇다는 말이 합쳐져 ‘가냘프다’가 나온 것이다.
어디에도 약하다는 뜻은 없다.
또 ‘가냘프다’는 아름답다는 뜻이지 불쌍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델 등 살찌지 않은 날씬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가리켜 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