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처와 부인(婦人)

윤의사 2021. 6. 7. 17:02

아내를 가리킬 때 뭐라고 해야 할까.

처라고도 하고, 부인이라고도 한다.

집사람·안사람이라고도 한다.

처(妻)의 경우, 알고 나면 아마 다시는 쓰지 못할 수도 있다.

봉건시대에 ‘벼슬이 없는 서민의 아내를 가리키는 가장 낮은 호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내를 가리키는 호칭에도 엄격한 규칙이 있다.

부인이라는 말도 뜻을 아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부인’을 한자로 적어보라고 하면 곤란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 자판에서 한자를 찾아보라고 해도 헷갈리고 만다.

부인(夫人)과 부인(婦人)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로

‘고대 중국에서 제후의 아내를 이르던 말’이라고 나오고,

‘婦人’은 ‘결혼한 여자’라고만 나온다.

사전에 이렇게 나오는 것은 부인에 대한 호칭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내에 대한 호칭은 주나라 시절에 만들어진 예법에 관한 책 <주례(周禮)>에 대부분 규정돼 있다.

제왕, 즉 천자의 아내는 후(后)라고 했다.

천자가 임명한 제후의 아내는 부인(夫人)이며,

제후가 임명하는 대부의 아내는 유인(孺人),

그 아래 무사 집단을 구성하는 사(士)의 아내가 부인(婦人)이다.

벼슬이 없는 서민의 아내는 처(妻)다.

즉 한자 발음으로는 제후의 아내와 무사의 아내가 다 같은 ‘부인’이지만

한자로는 ‘夫人’과 ‘婦人’으로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아내라고 쓰든가, 부인이라고 할 때는 차라리 한자를 쓰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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