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맹세(盟誓)

윤의사 2021. 5. 24. 14:52

다음 글은 이재운 선생님이 농민신문에 2021년 4월 5일 부터 연재하는 '이재운의 말글 바루기'라는 코너의 기획연재를 옮긴 것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말과 글이지만 잘 모르고 쓸 때가 많습니다. 잘 몰랐던 말, 헷갈리는 말, 잘못 쓰고 있는 말 등 우리말과 관련된 궁금증을 우리말 전문가가 풀어주는 새로운 코너를 시작합니다.


신라시대 비석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에는 “임신년 6월16일에 두사람이 함께 하늘 앞에 맹세하고 기록한다. 지금부터 3년이 지난 뒤 충성의 길을 굳게 지켜나가되 허물이 없기를 맹세한다. 만일, 이 서약을 어기면 하늘에 큰 죄를 지는 것이라고 맹세한다”고 새겨져 있다. 맹세(盟誓)는 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맹세가 무엇이냐, 무엇을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물으면 말이 막힌다. 맹세는 ‘약속’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바꿔 쓸 수 없는 무거운 글자다.

먼저, 맹(盟)은 밝은 달빛(명·明) 아래 동무들과 맺은 약속을 큰소리로 말하고, 이를 어기면 저주를 받겠다는 뜻으로 그릇에 담긴(명·皿) 희생의 붉은 피를 마신다는 의미다. 옛 글자에서 日(일)은 창문을 뜻하는 (경)이다. 즉 명(明)은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이다. 그래서 맹세 의식은 항상 달밤에 한다.

세(誓·원래 소리는 ‘서’)는 손(수·)에 도끼나 칼(근·斤)을 마주 쥐고서 말(언·言)로 맺은 약속을 가리킨다. 도끼를 쥐고 자기 말을 증명한다는 의미다. 즉 ‘맹세하다’는 ‘동무들과 약속을 맺기 위해 피를 나눠 마시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벌이든지 달게 받겠다고 외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맹세라는 말을 쓸 때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고야 말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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