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 190

처와 부인(婦人)

아내를 가리킬 때 뭐라고 해야 할까. 처라고도 하고, 부인이라고도 한다. 집사람·안사람이라고도 한다. 처(妻)의 경우, 알고 나면 아마 다시는 쓰지 못할 수도 있다. 봉건시대에 ‘벼슬이 없는 서민의 아내를 가리키는 가장 낮은 호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내를 가리키는 호칭에도 엄격한 규칙이 있다. 부인이라는 말도 뜻을 아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부인’을 한자로 적어보라고 하면 곤란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 자판에서 한자를 찾아보라고 해도 헷갈리고 만다. 부인(夫人)과 부인(婦人)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로 ‘고대 중국에서 제후의 아내를 이르던 말’이라고 나오고, ‘婦人’은 ‘결혼한 여자’라고만 나온다. 사전에 이렇게 나오는 것..

꽃이 핀다, 개화

나뭇가지에 꽃봉오리 3송이 이상 핀 상태 봄이 오면 매화·벚꽃·동백·개나리 등 봄꽃이 피는 이야기로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꽃이 피면 핀 것이지 무슨 기준이 따로 있을까? 있다. 우리말이든 다른 나라 말이든 마치 법률 용어처럼 기준이 정해져 있는 말이 많다. 꽃이 피고, 강이 얼고, 서리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 것도 다 기준이 있으며 이 기준을 갖춰야 그 말도 쓸 수 있다. 봄을 알리는 봄꽃 개화일은 기상청에서 정해놓은 관측목을 관찰해 정보를 제공한다. ‘개화’는 꽃봉오리가 피었을 때를 가리키는 말인데, 복숭아꽃·개나리·벚꽃 등은 한 나무에서 가지 하나에 3송이 이상, 유채의 경우에는 한 개체 중 3송이 이상 완전히 꽃이 피었을 때를 말한다. 각 관측목에는 기상청의 표찰이 붙는다. 벚꽃의 경우 서울은 종..

하느님과 하나님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을까? 기독교 중 개신교는 성경에 나오는 신 ‘YHWH’를 가리켜 ‘하나님’이라고 표기하고, 천주교는 ‘하느님’이라고 표기한다. 우리나라에 먼저 들어온 쪽은 천주교라서 이분들은 신을 ‘천주(天主)’ 혹은 ‘하느님’이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굳이 ‘하나님’으로 불리게 됐을까? 우리말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일신이라서 하나님이라고 한 것 같다’고 대답한다. 틀렸다. 하느님이나 하나님은 똑같은 말이다. 그 차이는 하느님은 서울말이고 하나님은 평안도 말이라는 것뿐이다. 한자로 적으면 둘 다 ‘천주’요, 영어로 적으면 ‘God(갓)’이다. 이유는 이렇다. 만주에서 조선 선교를 준비하던 존 로스 목사는 평안도 사람인 백홍준·이응찬 등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번역했다. 그런데 평안..

맹세(盟誓)

다음 글은 이재운 선생님이 농민신문에 2021년 4월 5일 부터 연재하는 '이재운의 말글 바루기'라는 코너의 기획연재를 옮긴 것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말과 글이지만 잘 모르고 쓸 때가 많습니다. 잘 몰랐던 말, 헷갈리는 말, 잘못 쓰고 있는 말 등 우리말과 관련된 궁금증을 우리말 전문가가 풀어주는 새로운 코너를 시작합니다. 신라시대 비석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에는 “임신년 6월16일에 두사람이 함께 하늘 앞에 맹세하고 기록한다. 지금부터 3년이 지난 뒤 충성의 길을 굳게 지켜나가되 허물이 없기를 맹세한다. 만일, 이 서약을 어기면 하늘에 큰 죄를 지는 것이라고 맹세한다”고 새겨져 있다. 맹세(盟誓)는 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맹세가 무엇이냐, 무엇을 어쩌자는 것이..

대가 푸르면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온다

대가 푸르면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온다. 하지만 대가 누렇게 말라버리면 흙바람 먼지바람이 불어온다. 누가 푸른 대인지 그래서 누구의 뇌가 썩어가고 있는지 국민들은 다 알지만 종들만 모른다. *혜월스님께서 써보내주셨다. 난 푸른 대가 되겠다. 권력에 굽신거리는 거덜이나 종이 되지 않고, 내가 새각하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생각하는 자주인간으로 남겠다. (출처:알탄하우스)

저 사람은 지금 무슨 계산을 하고 있을까?

바이오코드는 어떤 사람이 무슨 일로 어떻게 계산 중인가 알아낼 때 참고하는 도구다. 사람은 컴퓨터 즉 계산하는 생체기계라서 살아 있는 동안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계산하고, 이 계산에 따라 예측한다. 자기 자신을 상상해 보라. 인간은 누구나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그때부터 수없이 많은 계산을 한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기도 하다. 그러면서 예측한다. 두뇌계산이 곧 예측이다. 스트레스란 두뇌가 너무 열심히 계산하느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생리현상이다. 인간의 두뇌 즉 신경세포가 일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가 포도당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cortisol)은 혈중 포도당의 양을 늘려 신경세포에 충분히 공급하라는 명령어다. 그래서 계산을 많이 하는 사람은 몸이 야윈다. 탄수화물..

시간 앞에 허물어지는 불상

길지도 않은 수년의 시간 앞에 철근이 삐져나오고 다리가 부러지고 몸통이 허물어지는 불상, 흙인형(俑) 화강암이면 뭘 하냐? 자리를 잘 잡아야지. 앉은 자리가 안좋으면 부처도 탁발 대신 구걸을 하게 된다. (이재운 선생님의 글)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100년도 못사는 인생 앞에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지기 마련, 사람도 자리를 잘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삐긋 허리나 고관절이 부러져 자식들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출처: 이재운선생의 '알탄하우스'

도(道)란 무엇인가?

세상에는 길이 어지럽다. 특히 길이 나지 않는 곳에 난 길은 어딘가 바른 길인지 알 수가 없다. 몽골 초원 여행 길에 길이 너무 많아서 그 중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런 때는 일행 중에 가장 많이 아는 사람, 경험 많은 사람이 가자는 대로 가는 것이 가장 바르다. 道란 사람들 중 지도자(首)가 앞서가는 길(辵)을 가르킨다. 이런 지도자가 무리를 이끌고 가는 것을 道라고 한다. 옛 어른들이 도를 찾는다, 구한다, 닦는다, 입에 달고 산 것은 바로 바른 길을 가야 바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자꾸 나쁜 길로 가고, 나쁜 길로 가자고 국민을 꼬드긴다. 문재인은 지도자를 가르키는 首는 아니다. 그가 首라면 그럴 리가 없다. 더구나 首는 腦로서 이끌어야 하는데, 그 腦의 계산 회로가 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