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저 사람은 지금 무슨 계산을 하고 있을까?

윤의사 2021. 5. 7. 20:31

바이오코드는 어떤 사람이 무슨 일로 어떻게 계산 중인가 알아낼 때 참고하는 도구다.

사람은 컴퓨터 즉 계산하는 생체기계라서 살아 있는 동안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계산하고, 이 계산에 따라 예측한다.

자기 자신을 상상해 보라. 인간은 누구나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그때부터 수없이 많은 계산을 한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기도 하다. 그러면서 예측한다. 두뇌계산이 곧 예측이다.

 

스트레스란 두뇌가 너무 열심히 계산하느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생리현상이다. 인간의 두뇌 즉 신경세포가 일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가 포도당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cortisol)은 혈중 포도당의 양을 늘려 신경세포에 충분히 공급하라는 명령어다.

 

그래서 계산을 많이 하는 사람은 몸이 야윈다.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만들어 뇌가 써야 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축적될 새가 없다.

동물 중에서 신경세포가 가장 많은 인류는 계산에 관한 한 잠시도 쉬지 않는다. 하루 종일 계산하고 예측한다. 누군가의 얘기를 잠자코 듣는 것같은 사람조차 뇌는 열심히 계산한다. 그의 말이 진실인가 아닌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뭘까, 내게서 뭘 원하는 것일까, 그가 하자는대로 하면 이익일까 손해일까, 끝없이 계산한다.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내일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나름대로 상상하며 계산한다. 꿈조차 뇌의 계산이다.

 

그런데 이런 계산과 예측이라는 두뇌의 일상이 실은 어떤 코드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 바이오코드의 기본 원리다.

즉 코드에 따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고 예측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이유가 있다.

모든 사안을 처음부터 다 계산하면 우리 뇌는 축적된 포도당만으로 그 많은 계산을 다 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편도체라는 칩을 갖고 있다.

 

이 편도체 칩은 계산할 필요가 없는 것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미리 정해놓은 답을 떠올려, 거기에 따른 계산은 하지 않는 쪽으로 명령을 내린다. 그럼으로써 에너지를 아낀다.

뱀을 만나면 뇌는 우선 뒤로 물러나 피하라고 명령한다. 독이 있는 뱀인지 아닌지,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름다운지 보기 싫은지 계산하지 않고 일단 피하기부터 명령한다. 안전 거리가 확보되면 뇌는 그때부터 계산한다.

만일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마다 이 밥은 안전할까, 농약 성분이 얼마나 될까, 엄마가 독을 타지는 않았을까, 상한 건 아닐까, 돈을 내라고 하지는 않을까 등등 모든 조건을 다 계산한다면 밥을 먹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에 대한 사전 계산을 저장해놓고, 어머니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따로 계산하지 않고 믿는 것을 선택한다.

 

편도체는 이처럼 계산하지 않아도 그리 크게 손해나지 않는 것들은 미리 답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계산을 거치지 않고 꺼내쓰는 뇌다. 이 편도체 뇌는 일일이 계산하지 않는 대신 나름대로 어떤 패턴을 갖고 사건을 대한다. 그것이 바이오코드다. 0710 코드인 스티브 잡스는 고아 출신이라서 사람을 자꾸 의심하는 게 아니라 코드 때문에 의심한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의심은 그를 괴짜라거나 잡놈이라는 나쁜 별명으로 불리게 하지만, 컴퓨터나 휴대폰에서는 창의적인 계산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것이 0710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0710 스티브 잡스가 '미친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것은, 그의 뇌에 새겨진 편도체에는 누구든 믿지 말라는 트라우마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다 의심한다. 그러자면 피곤하다. 하지만 의심하는 데서 창의와 발명이 나오기도 한다.

 

뇌는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편도체로 반응하지 않는 '상식과 본능, 성욕, 식욕, 수면욕 등'을 빼고는 모조리 계산하고, 이 값에 따라 예측한다.

뇌는 쉴 새가 없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더라도 뇌는 심장의 박동의 크기와 횟수를 세고, 장의 수축 정도를 체크하고, 필요할 때마다 여러 가지 호르몬을 일일이 내보내거나 중지한다.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궤적을 추적하고, 호흡의 양을 계산하고, 수분이며 영양소를 검사한다. 이러한 중에 발생하는 어떤 조건이나 현상에 대해 뇌는 즉시 계산하고, 예측하여 자신의 욕망과 안전을 위해 명령을 내린다. 우리 뇌는 곧 계산기이자 예측기이다. 그 칩이 바로 바이오코드다.

마주보며 서로 계산하는 두대의 생체 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