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도량형과 이름

윤의사 2021. 8. 19. 19:22

‘골백번’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는 ‘‘여러 번’을 강조하거나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골’은 우리나라 옛말로 ‘만(萬)’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골백번이란 백번을 만번 더한다는 뜻이 되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횟수를 가리킨다.
수량을 나타내는 우리말 중에는 그 뜻이 두루뭉술한 게 굉장히 많다.

농경시대에는 벼나 보리 등 농산물의 무게와 부피를 재는 도구가 단순했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고

에둘러 가리키는 수사(數詞)가 많았다. 이를테면 ‘두서넛’ ‘대여섯’ ‘여남은’같이 막연한 수사가 널리 쓰였다.
하지만 농경시대에서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변화하면서 수사는 매우 정밀해지고 있다.

심지어 십억분의 1인 나노로 길이와 무게·크기를 따지는 분야가 늘고 있는데,

우리말에서는 아직 그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90년 무렵 국내 대백과사전에는 외국 인물의 성만 적고 이름을 뺀 경우가 많았다.

나폴레옹·스탈린·루스벨트·처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성과 이름을 다 적은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 번역되면서 이런 표기법이 점차 자리를 잡았다.

즉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이오시프 스탈린, 프랭클린 루스벨트, 윈스턴 처칠같이 말이다.
생년월일도 그랬다.

이 역시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 널리 퍼지면서 오늘날에는 더 정확하게 기록하는데,

지금도 인물사전에는 음력과 양력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정확하게 적고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우리말과 글이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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