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류 어느 시기에 언어가 생겼는지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사피엔스가 유라시아 대륙을 타고 한반도 혹은 만주·시베리아 등으로
이동하기까지 수많은 언어가 따라오고, 새로 생기고 바뀌었을 것이다.
우리말로만 본다면 고구려·신라·백제·가야가 같은 듯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이때 형성된 우리말은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고려 때 들어온 몽골어,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일본어, 그 후 들어온 영어 등
외래어가 매우 복잡하게 섞이고 바뀌어가며 우리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국어사전대로만 사용한다면 깊은 말뜻을 주고받기 어려워진다.
문법이 어긋나는 것은 고칠 수 있지만 단어가 잘못된 것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시치미를 떼다’는 말은 ‘자기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알면서 모르는 체하다’가 사전 설명이다.
이때 어원을 알면 더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다.
즉 매사냥이 유행하던 고구려와 고려 때 길들인 매의 꼬리에 주인 이름을 적은 명찰인 시치미를 매다는데,
이걸 떼버리면 누가 주인인지 알 수가 없다는 데서 온 말이다.
‘깍쟁이’라는 말도 청계천 다리 밑에 살며 구걸하거나 장의사를 하는 패거리를 깍쟁이라고 불렀다는 걸 알면
뜻이 더 또렷해진다.
‘꺼벙하다’는 말은 주로 청소년들이 쓰는데,
‘꺼벙이’는 막 알 까고 나온 꿩의 병아리, 즉 굼뜨고 어리숙한 ‘꺼병이’에서 왔다는 걸 알면 쉽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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