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말의 어원 2

윤의사 2021. 10. 25. 14:45

오해를 사기 쉬운 말로 ‘겻불’이 있다.

‘군자는 겻불을 쬐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모닥불이나 난로 뒤에서 조금 떨어져 불을 쬐는 것쯤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비슷한 발음의 ‘곁불’과 혼동한 것이다.

‘얻어 쬐는 불’은 곁불이며, 겻불은 알곡의 껍질인 겨를 태우는 불이다.

겨는 아무리 불을 붙여봐야 뭉근하고 힘이 없어 불기운이 크지 않다.

‘고자질’에 대한 엉뚱한 해석도 있다.

궁중에서 생식기능이 제거된 환관·내시들이 말이 많고 수다 떨기를 좋아해 고자질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자질의 고자는 ‘이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고자(告者)’이니 환관·내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고자는 한자가 전혀 다른 ‘鼓子’로 속이 빈 북처럼 고환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라색’은 순우리말일까?

아니다. 보라색의 어원은 몽골에서 왔다.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에는 몽골 풍습 중 하나인 매사냥이 유행했다.

사냥을 잘하는 매로 널리 알려진 것이 송골매라 불리는 해동청과 보라매였다.

보라매는 앞가슴에 난 털이 담홍색, 즉 보랏빛이었고, 보라색은 매를 뜻하는 몽골어 ‘보로(Boro)’에서 왔다.

‘을씨년스럽다’는 어디에서 왔을까.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조약으로 온 나라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조약이 체결된 이후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이 오면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쓰게 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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