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 707

경희궁

광화문역 7번 출구로 나와 뒤쪽을 바라본 다음 오른쪽으로 꺾어 큰길을 따라 직진해요. 10분가량 걸으면 오른편으로 경희궁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어요. 경희궁은 경복궁ㆍ창덕궁ㆍ창경궁ㆍ덕수궁과 함께 조선 시대 5대 궁궐로 꼽히지만, 다른 궁궐들에 비해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어요. 다른 궁궐들과 달리 복원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경희궁은 광해군 때의 이궁으로 원래 이름은 경덕궁이었어요. 임진왜란 때 모든 궁궐이 불타 버렸는데, 광해군은 그중 다시 지어진 창덕궁에는 머물기를 꺼려 했어요. 창덕궁에서 단종이 세조에 의해 폐왕이 되었고, 사화가 일어나 많은 선비들이 죽었어요. 연산군이 중종반정으로 왕위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죠. 그래서 광해군은 창덕궁 대신 조선 16대 왕인 인조의..

고춧가루 없는 김치, 고춧가루 있는 김치

오늘은 김치의 날이다. 세계 문화유산인 김장 문화를 계승하고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됐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기념일로 제정할 만큼 김치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치대전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김치의 종주국 인양 떠들고 있다. 하지만 김치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채소 가공 식품으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밥과 함께 먹던 반찬이다. 배추, 무, 오이 등을 소금에 절여서 고추, 마늘, 파,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을 넣어 적당히 발효를 시킨 뒤 먹는다. 오늘날에는 다이어트 식품에 영양의 보고(寶庫)라 하여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상고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김치는 겨울이 긴 동북아시아에서 썩기 쉬운 채소를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카이로 회담과 매헌 윤봉길 의사

금주는 80년 전 카이로 회담이 열렸던 기간이다. 카이로 회담은 우리나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회담이기에 한국교육신문에 기고를 하였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처음 거론한 회담이 바로 카이로 회담이다. 교과서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지금은 잊힌 역사의 한 장면이 된 듯하다. 카이로 회담은 이탈리아의 항복으로 승리를 확신한 연합국 지도자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장제스(蔣介石)가 1943년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2차 세계대전 전쟁 작전 수행과 전후처리에 대하여 논의한 군사 회담이었다. 카이로 회담 이후 루스벨트와 처칠이 테헤란으로 이동해 스탈린과 가진 회담에서 전시 작전과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결정하고 카이로 회담에서 결의한 카이로 선언에 동의해 12월 1일 공식 ..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

천하의 걱정거리는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잊어도 좋을 것은 잊지 못하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는 데서 나온다.​ 눈은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고, 귀는 좋은 소리를 잊지 못하며, 입은 맛난 음식을 잊지 못하고, 사는 곳은 크고 화려한 집을 잊지 못한다. 천한 신분인데도 큰 세력을 얻으려는 생각을 잊지 못하고, 집안이 가난하건만 재물을 잊지 못하며, 고귀한데도 교만한 짓을 잊지 못하고, 부유한데도 인색한 짓을 잊지 못한다. 의롭지 않은 물건을 취하려는 마음을 잊지 못하고, 상상과 어긋난 이름을 얻으려는 마음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잊어서는 안될 것을 잊는 자가 되면, 어버이에게는 효심을 잊어버리고, 임금에게는 충성심을 잊어버리며, 부모를 잃고서는 슬픔을 잊어버리고, 제사를 지내면서 정성스러운 마음을 잊어버린다..

최고의 공예술, 비단벌레 말안장

5세기 신라 시대의 무덤인 경주시 황남대총. 1973년 이곳에서 마치 에메랄드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장식을 가진 ‘금동 말안장 가리개’가 출토됐다. 황금빛과 오색영롱한 초록빛이 섞여 화려하게 서로 어울려 ‘보석’이라 여겨졌던 장식물의 실체는 비단벌레의 날개였다.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없을 것으로 알고 있던 비단벌레가 살았을 것으로 확신을 서게 만들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해남·완도 등 남해안 일부 지역과 전라북도 부안, 그리고 밀양 표충사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496호이다. 비단벌레 날개는 얇은 층의 단백질 분자가 막을 쳐서, 서로 다른 각도로 쌓여 여러 방향으로 반사시키고, 날개가 갖고 있는 구리·철·마그네슘 등 금속 성분은 반사각에 따라 여러 빛깔을 낸다. 비단벌레는 중국에서 ‘녹금선(綠金蟬)’, ..

심사정의 '연지유압도'

오늘은 수학능력시험일이다. 12년 초중등과정을 공부한 결과를 수학능력시험에서 잘 발휘하여 수험생들이 원하는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나아가 수험생들이 원하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면 2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심사정이 그린 '연지유압도'를 수험생들에게 드리고 싶다. 심사정의 작품으로는 화사한 빛깔로 그려져 있다. 두 마리의 오리가 연못에서 놀고 있다. 오리는 금슬좋은 부부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오리는 장원급제를 바라는 뜻으로 그려졌다. 그림 이름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를 보면 오리 “압(鴨)” 자를 파자(破字)하면 '갑(甲)'과 '조(鳥)'이다. 여기서 '甲'은 1등으로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뜻하는데, 오리가 두 마리이면 두 번 장원급제(이갑:二甲), 곧 향시(鄕..

완주 화암사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에 가면 불명산 시루봉 남쪽에 오래된 절이자 안도현 시인의 말을 빌리면 잘 늙은 절인 화암사(花巖寺)가 있다. 가천은 아름다울 ‘가(佳)’와 내 ‘천(川)’으로 맑고 아름다운 시냇물이 흐르는 실개천 옆에 자리잡은 절이다. 절이 산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15세기에 만들어진 『화암사중창기(華巖寺重創記)』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절은 고산현(高山顯) 북쪽 불명산(佛明山) 속에 있다. 골짜기가 그윽하고 깊숙하며 봉우리들은 비스듬히 잇닿아 있으니, 사방을 둘러보아도 길이 없어 사람은 물론 소나 말의 발길도 끊어진지 오래다. 비록 나무하는 아이, 사냥하는 사나이라고 할지라도 도달하기 어렵다. 골짜기 어구에 바위벼랑이 있는데, 높이가 수십 길에 이른다. 골골의 계곡물이 흘러 내려 ..

고려시대에도 동성애가?

한국방송에서 오랜만에 대하사극을 방영한다. 바로 '고려거란전쟁'이다. 이제 시작이니 고려 목종 시기이다. 고려 7대 왕인 목종은 997년 17세에 즉위하나 어머니인 헌애왕후 황보씨 (후에 천추태후)가 섭정을 한다. 그런데 천추태후는 18세에 남편인 경종이 죽자, 김치양과 사통을 하여 아들을 생산하였다. 천추태후와 김치양에 의해 정치에서 멀어진 목종은 유행간이라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유행간은 여자였을까? 《고려사》를 보면 “유행간은 용모가 아름다웠다. 목종(제7대 임금, 재위 997∼1009)이 사랑하여 용양의 총애가 있었으니, 벼슬이 갑자기 합문사인으로 뛰어올랐다.” 라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 “용양”은 “남색(男色)” 곧 사내끼리 성교의 다른 말이다. 심지어 유행간이 왕권을 넘나들기도 하였..

오늘은 입동(入冬)

입동은 24절기 중에선 19번째 절기로 양력으로는 11월 7일 또는 8일 무렵에 해당된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과 눈이 내리는 소설 사이의 절기이다. 입동은 겨울의 시작이요 겨울의 입구라 하겠다. 이즈음에 물이 얼기 시작하고 동물들은 겨울잠에 빠져든다. 제주도에서는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은 바람이 심하게 분다’는 속설처럼 그해 겨울의 날씨를 예측하기도 한다. 경남에서는 입동에 날아오는 갈까마귀의 흰 뱃바닥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무 뿌리로 그 해 겨울 날씨를 점치기도 했는데, 김장용 무를 수확할 때 뽑은 무의 뿌리가 길면 그해 겨울이 춥고 짧으면 따뜻하다고 믿었다. 이는 무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 뿌리를 길게 내릴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입동에는..

불상의 코에 상처가?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상가리 미륵불(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82호)에는 코부분을 수리한 흔적이 보인다. 무슨 까닭일까? 미륵불의 코를 떼어가면 아들을 생산하지 못하는 부인들이 아들을 가질 수 있다는 전설에 따라 많은 여인들이 코를 떼어갔다고 전한다. 아들 선호사상에 의해 아들을 갖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간절한 마음이 2m 이상 높은 곳의 코를 뗄 수 있는 초능력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미륵불의 코를 수술했다고 한다. 미륵불의 코를 떼어가면 아들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충청 내포지방에 있는 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미륵불의 높이는 2.5m이며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에는 당초무늬가 새겨진 화려한 보관을 쓰고, 보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