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東湖) 東湖春水碧於藍 白鳥分明見兩三 柔櫓一聲飛去盡 夕陽山色滿空潭 동호의 봄 물결은 쪽빛보다 푸르러/ 또렷하게 보이는 건 두세 마리 해오라기/ 노를 젓는 소리에 새들은 날아가고/ 노을 진 산빛만이 빈 못을 채우나니 이 시는 정초부(鄭樵夫)라는 노비 시인이 지은 시이다. 초부는 나무꾼이라는 뜻이기에, ‘정씨 나무꾼’으로 조선시대 최하층 신분이라 하겠다. 그는 조선 정조 때 사람으로 지금의 양평 지역에서 여씨 집안의 노비였다. 한시를 짓는다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운율과 성조, 기승전결 등 10개가 넘는 규칙과 문학성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공부해야만 한다. 여춘영 부친은 어깨 너머로 들은 한시를 한번 듣고 암송하는 정초부의 천재성에 감탄해 글을 가르쳤으며, 여춘영은 그와 함께 공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