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의 장남 이지(李祬)는 선조 31년(1598)에 태어나 1608년 광해군이 즉위한 뒤 세자(世子)로 책봉되었다. 세자빈 박씨는 광해군 조정에서 권세를 누리다 인조반정 때 처형된 이이첨의 외손녀였다. 1623년 3월 14일 인조 반정이 일어나 이지는 폐세자로 강등되었고, 같은 해 3월 23일 아버지 광해군 및 가족들과 강화도에 위리안치되었다. 빠른 물살이 이는 강화해협을 건너는 이지의 마음은 모든 것이 꿈만 같았을 것이다. 이지는 배 안에서 시를 썼다. 塵寰飜覆似狂瀾(진환번복사광란) 何必憂愁心自閒(하필우수심자한) 二十六年眞一夢(이십육년진일몽) 好須歸去白雲間(호수귀거백운간) 속세의 흥망성쇠는 사뭇 미친 물결 같으니 걱정한들 무엇 하리? 마음 스스로 평안하다. 26년의 내 인생이여, 참으로 한바탕 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