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스크랩] 우리말 어원사전, 4번째 증보판을 냈습니다

윤의사 2018. 11. 29. 18:35



오늘 책이 나와 서점으로 나간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4판이자 28쇄본입니다. 24년이 된 스테디셀러이자, 3판본이 나온 지 10년만에 낸 개정증보판입니다.

이 책은 제가 1995년 1월 25일에 1판 1쇄를 낸 것으로 그간 23주년이 되었습니다. 2003년에 2판, 2008년에 3판을 냈습니다.

우리말 어원 관련 책은 아마도 제 책이 가장 오래되고 안정적인 컨텐츠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증보판에는 한겨레신문에 1년간 연재한 <우리말의 탄생과 진화>를 부록으로 붙이고, <불교에서 들어온 우리말 170가지>를 역시 덧붙였습니다.


이 사전에는 우리말의 생년월일이 적혀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말의 생년월일을 기록한 책은 제 사전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휘 발생 시기, 유래 등에 관한 확실한 고증을 통해 이 사전을 만들어 왔습니다.


2018년 4판본에 올린 머리말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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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어원 사전 머리말


이 책은 1994830일에 나온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500가지>가 독자들의 큰 사람을 받으면서 새로 기획한 <우리말 어원 사전>으로, 1995125일에 초판 1쇄를 출간했습니다. 그로부터 8년만에 2판 증보판을 내고, 5년이 지나 3판 증보판을 내고, 이번에 10년만에 4판 증보판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3판까지 27쇄를 찍었는데, 4판에서는 지난 10년간 더 모은 새로운 어원을 싣습니다.

우리말은 원래 알타이어계통으로 시작하여 만주어, 몽골어, 퉁구스어, 일본어, 터키어 등과 같은 갈래이지만, 불교와 도교 등의 수입으로 문자가 절실하던 삼국시대에 한자 한문을 문자로 도입해 쓰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습니다. 순우리말도 발음이 비슷한 한자로 표기하거나 아예 말 자체를 바꾸는 일이 많았습니다. 땅이름, 강이름, 산이름 같은 경우 거의 다 한자어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신라 때 크게 발전한 한역(漢譯) 불교 경전 속의 새 어휘들이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듭니다.

게다가 몽골제국 원()이 전세계를 지배하던 시절, 몽골 황실 공주들이 고려 왕실로 시집오고, 고려가 몽골의 부마국이 되면서 굉장히 많은 몽골어가 들어옵니다. 또한 몽골군이 개척한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중동과 동유럽의 어휘까지 들어옵니다. 이런 어휘들은 순우리말처럼 숨거나 또다시 한자로 표기됩니다.

조선시대 말에는 서구 열강의 통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문명이 발달한 유럽의 어휘들이 쏟아져들어오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어가 홍수처럼 밀려들어 말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습니다.

그러잖아도 20세기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서양문명과 문물을 다투어 한자로 번역한 어휘가 밀려드는데, 일제 강점 이전에는 청나라 위주로 들어오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 위주로 들어옵니다.

해방 뒤에는 미군정이 실시되면서 영어 위주의 어휘가 또 한번 밀려듭니다.

이처럼 우리말은 수없는 소통과 교류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한국어가 되었습니다. 그런만큼 어원이 또렷하지 않은 어휘가 대단히 많고,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마구 쓰입니다.

 

저희는 1994년부터 우리말 어원을 정확히 기록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우리는 어휘가 생긴 시기와 지금 몇 살이나 됐는지, 언제 소멸되었는지 반드시 적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말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우리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하려는 욕심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이 탄소측정으로 연대를 계산하는 것처럼 여러 문헌을 비교해가며 근거를 찾아가고, 유래를 확인해야만 어원으로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휘가 생기던 시대와 그 나라의 문화, 역사를 알아야 하고, 문헌조사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만 겨우 어휘 한 개의 어원을 알아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화되기 이전에 한자어나 우리말로 잘못 알고 있던 어휘가 요즘에는 국적과 출현 시기 등 올바른 어원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언어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합니다. 학계의 연구 결과도 활발하게, 신속하게 반영하겠습니다.

세계화된 요즈음은 세계 여러 나라의 어원이나 어휘를 비교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속뜻이 새로 밝혀지기도 하고, 이동 경로까지 알아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우리말이 살아 있는 한 계속 증보판이 나올 것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저와 우리 대신 누군가가 계속 우리말 어원을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증보판을 내는 일은 물리적으로 매우 복잡합니다. 그래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저희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증보판이 나오기 전에 새로 발견한 어원이 있으면 다음포털의 블로그 <알탄하우스>에 올려 놓겠습니다. 우리말 어원 정보를 갖고 계신 분께서는 이 블로그를 방문해 귀한 가르침을 주십시오. 기쁜 마음으로 살피겠습니다.

 

이 사전을 사전을 같이 만들거나 도움을 준 동지들이 있습니다. 박숙희, 유동숙, 조규천, 구태희(본명 구미라), 박소연, 민병덕, 이기윤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우리말을 지키는 동지가 돼 주십시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8년 이재운(1저자 및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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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도 자료


역사와 문화 상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우리말 교양서 

이 책은 노마드에서 진행해온 우리말 기획 시리즈의 하나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의 뒤를 잇는 책이다. 
앞선 책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우리말의 본뜻과 유래 및 변천과정을 밝혀 펴낸 것이며, 이번에 출간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은 우리가 무심코 써왔던 말의 ‘기원’을 따져 그 의미를 헤아려본 ‘우리말 족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각의 말이 타고난 생로병사의 길을 짚어보면서 당대 사회의 문화, 정치, 생활풍속 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 교양서’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한자문명을 받아들여 한자어가 우리말의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근대 용어들이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 뒤로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토착화되고 있는 영어는 또 어떠한가. 이렇게 볼 때 세계시민 사회를 지향하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말’의 올바른 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받아들이는 일의 가치를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짚어보자. 한글만이 우리말인가- 
이번에 노마드에서 펴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은 그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앞서 펴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은 순우리말, 합성어, 한자어, 고사성어, 관용구, 일본에서 온 말, 외래어 등으로 갈래를 나누어 그 유래와 변천과정을 소개하였다. 두 번째로 선보이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은 한글과 한자어 그리고 토착화된 외래어를 ‘우리말’로 받아들여, 그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올바른 언어관과 역사관을 고취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말 어원사전(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도서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이재운 외 (엮음)

소설가, 사전편찬자, 바이오코드 개발자. 
1958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3학년 때 쓴 장편소설 『아드반-사막을 건너는 사람은 별을 사랑해야 한다』를 문장사에서 출간하고, 4학년 때 쓴 『목불을 태워 사리나 얻어볼까』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11월에 첫 출간한 『소설 토정비결』(전4권)은 3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로, 토정 이지함 선생의 운명론적인 민족성과 예언적 인생관, 한국인만의 독특한 해학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창작 활동을 펼쳐 많은 저작물을 발표했다. 성격분석프로그램 바이오코드를 개발했으며, 관련 연구서로 『바이오코드 개론』, 『바이오코드 응용』, 『인연의 힘』, 『브레인워킹』 등이 있다. 
『상왕商王 여불위』(전6권), 『천년영웅 칭기즈 칸』(전8권), 『당취黨聚』(전5권), 『하늘북소리』(전2권), 『청사홍사』, 『바우덕이』, 『갑부』(전2권), 『징비록』, 『정도전』, 『사도세자』, 『가짜화가 이중섭』, 『김정호 대동여지도』, 『황금부적』 등의 소설을 출간했다. 1994년부터 우리말 어휘 연구를 시작하여 우리말 시리즈를 꾸준히 펴내고 있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을 비롯하여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백과사전』,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1000가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숙어 1000가지』 등 150여 권을 펴냈다.

목차

-고조선시대 
결초보은|고수레|공주|교활|군/양|굿/무당|금실|단오|도탄|면목|모순|박사|반지|백년하청|볍씨|봉건|부인/유인/부인/처|북망산|분야/이십팔수|비녀|비단|빈축|사대부|사면초가|사직/종묘|상인|서민|소설/소설가|수저|숙맥|심상|십간/십이지|쌀|아킬레스건|여사|오십보백보|오징어|우물 안 개구리|쟁기|조장|조카|차이나|팔등신|황제/제/조/짐/옥새|횡설수설 

-부족국가~통일신라시대 
가마|가시나|가야금|가위/바늘|가지|가톨릭천주교/서학|간장/된장|갓|갖신|거문고|격구|고아|고희|공양|공화국|국수|국어|국화|군계일학|귤|극락|기우|대감|대구/대구|모란|무|무색|백미|백성|보리|부처|불야성|사|씨름|야합|역사|연|오리무중|오이|옥편|완벽|유리|인삼/인삼/심|자석|장기|점심|조강지처|종이|차|차례|출신|퇴고|티베트|파죽지세|파천황|한양/한성/경성/서울/수이|해어화|효시 

-고려시대 
감투|검열|경기|계|『계림유사』에 등재된 우리말|고량주|과거|과자|국수|김치|나침반|만두|모시|목면/무명|물레|미장이|바둑|배추|보라|복마전|불꽃놀이|사돈|상추|샌님|설렁탕|설탕|소주|속담|수라|수박|시치미 떼다|약방|양반|엽전|율무|족두리|중구난방|참깨|철면피|총|콩나물|태평소|퇴짜|파경|해금|호두나무|화약|환갑|후추 

-조선시대 
가게|감자|강냉이/옥수수|개평|개피떡|객주|거덜|검시관|경|고구마|고추|곤장|기별|기생|김|깍쟁이|낙관|낙동강|달라이 라마|담배|당근|대원군|대책|도루묵|도무지|동동주|두문불출|두부|땅콩|땡전|땡추|막걸리|망나니|메리야스|모내기|목화|백색 테러|백일장|보모/유치원 교사|보부상|봉사|빈대떡|사이렌|색주가|샌드위치|샴페인|서커스|선달|섭씨|세도|소방서/금화도감|숙주나물|술래|시계/자명종|시금치|시조|실루엣|아편|안경|안성맞춤|어사화|어음|영감|옹고집|원숭이/잔나비/납|이판사판|잡동사니|전당포|족보|좌익|주일학교|지폐|채비|청국장|촌수|취재|쾌지나 칭칭 나네|탄핵|탕평채|토마토|판소리|팔도|팥죽|푼돈|하나님|한글/훈민정음|한량|함흥차사|행주치마|호로|호박|화냥년|화씨|『훈몽자회』 수록 어휘들|흥청거리다 

-개화기 
가마니|가발/가채|가방|간호부/간호원/간호사/의녀|갈보|고무|광고|교복|교회/성당|구두|극장|기자|노다지|능금/사과|다방|대통령|동물원|두루마기|레미콘|레코드|마고자|마누라|미역국을 먹다|바가지 쓰다|박물관|백화점|변호사|병원|보육원|보이콧|보험|봉|비누|사상의학|사이다|사진|상수도|상표|서대문교도소|서양음악/찬송가|서점|선교사|성냥|승용차|시멘트|신문|아까시/아카시아|양배추|양복/양장|양복점|양산|여관|열차|영화|요일제|우체국|우체부/집배원|우편엽서|우표|운동회|원/원/환/원|유도|유리창|유성기|유치원|은행|을씨년스럽다|의사|이발사|인력거|자장면|전등|전보|전차|전화|조끼|짬뽕|초등학교/보통학교/소학교|카메라|칸델라|커피|태극기|통조림|특허|피아노|호텔|화랑|화투 

-일제강점기 
고무신|공중전화|공항|광복군|권투|그/그녀|단발머리|대하소설|대학|댐|딸기|라디오|로봇|마라톤|마지노선|만화|맥주|목욕탕|몸뻬|미루나무|미장원|방송|배구|버스|변사|분|비행기|비행장|상호/간판|선술집|수영복|수표|신파극|십팔번|아나운서|아파트|야시장|야학|양로원|어린이|언니|영화배우|오빠|올케|운동화|유성영화|장구춤|조종사|중국|지퍼|칫솔|카네이션|타자기|탁아소|태풍|택시|파마|하숙|함바 

-광복 이후 
가구|경운기|계엄|고등학교|고문관|고속도로|공해|광통신|국제원자력기구|기네스북|나일론|냉장고|녹음기|다문화가족|달항아리|도우미|두유|라면|레크리에이션|미네랄워터/광천수/생수/약수|미니스커트|미세먼지|바코드|방송광고|배드민턴|버스토큰/교통카드|병아리 감별사|보호감호소|복권|볼링|볼펜|분유|비닐하우스|비무장지대|비키니|삐삐/무선호출기|사물놀이|사쿠라|생활보호법|샴푸|서머타임|서울|선거|세탁기|셀카봉|슈퍼마켓|시험관아기|신용카드|신장이식|씨팔|아메리카노|약사|양궁|어버이날|에어로빅|연립주택|연탄|연필|엿 먹어라|예비군|오토바이|오피스텔|우루과이라운드|우편번호|원자력발전|위성통신|유선방송|유전공학|육군|윤중제|의료보험/건강보험|인구시계탑|점보제트기|제야의 종|주민등록증/도민증/호패|지구촌|지프|지하철|철의 장막|청양고추|청와대/경무대/미군정 장관 관저/일제 총독 관저|체육관|치약|컴퓨터|컴퓨터 바이러스|컴퓨터 통신/인터넷|콘도미니엄|크리스마스|탤런트|텔레비전|텔레비전 방송|트위스트|판탈롱|패스트푸드 체인점|편의점|한류|한의학|합성세제|해우소|형광등|호빵|후천성면역결핍증 

-부록 
1 한자에서 태어난 우리말 240가지 
2 불교에서 들어온 우리말 171가지 
3 우리말의 탄생과 진화

책 속으로

-조카 
생성 시기 중국 춘추전국시대, 서기전 637년. 
유 래 형제의 아들딸을 일컫는 호칭인 조카의 어원은 춘추시대 진(晉)나라 사람 개자추(介子推)의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개자추는 진나라 문공(文公)이 숨어 지낼 때 그에게 허벅지살을 베어 먹이면서까지 그를 받들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서기전 637년 왕위에 오른 문공이 개자추를 잊고 그를 부르지 않자, 이에 비관한 개자추는 산속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나무 한 그루를 끌어안고 타 죽었다. 그때서야 후회한 문공이 개자추가 끌어안고 죽은 나무를 베어 그것으로 나막신을 만들어 신고는 ‘족하(足下)! 족하!’ 하고 애달프게 불렀다. 문공 자신의 사람됨이 개자추의 발아래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생겨난 족하라는 호칭은 그 후 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천자족하, 대왕족하 등으로 임금을 부르는 호칭으로 쓰였다가 이후에는 임금의 발아래에서 일을 보는 사관(史官)을 부르는 호칭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더 후대로 내려오면서 같은 나이 또래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형제자매가 낳은 아들딸들을 가리키는 친족 호칭으로 쓰인다. 

-국어 
생성 시기 중국 북위, 386년(태조 1). 
유 래 국어는 중국 노나라 사람인 좌구명이 쓴 역사책 제목이다. 그는 『국어』에 앞서 『춘추』의 해설서인 『춘추좌씨전』을 펴냈는데, 나중에 개정판으로 낸 것이 곧 『국어』이다. 그는 이 책에서 춘추시대의 종주국인 주(周)나라를 비롯하여 노(魯)·제(齊)·진(秦)·정(鄭)·초(楚)·오(吳)·월(越) 등의 450년 역사를 쓰고 ‘국어’라는 제호를 붙였다. 제왕이나 신하들의 좋은 말을 중심으로 엮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좌구명의 ‘국어’라는 제호는 여러 나라의 역사라는 뜻이다. 
386년에 선비족의 탁발규가 북위(北魏)를 세운 뒤 남조의 한족과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으면서 선비족 말을 표준어로 정해 ‘국어’라고 했다. 이때부터 오늘날과 같은 ‘나라말’ 또는 ‘우리말’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이다. 이후 원나라의 국어는 몽골어, 청나라의 국어는 만주어가 되었다. 이 어휘의 생성 시기는 북위(386∼534)의 건국 연도인 386년으로 잡는다. 

-야합(野合, --하다) 
생성 시기 중국 전한, 서기전 91년(무제 정화 2). 
유 래 사마천의 『사기』에 “숙량홀은 안씨 처녀와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야합이 처음 등장했다. 야합은 정식혼인을 통하지 않고 사사로이 교정하여 공자를 낳았다는 말이다. 혹은 짐승들의 교합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어휘의 생성 시기는 『사기』가 완성된 서기전 91년으로 잡는다. 

-오리무중 
생성 시기 중국 남북조시대, 445년(송나라 문제 22, 북위 태무제 태평진군 6). 
유 래 중국 후한에 장해(張楷)라는 뛰어난 학자가 있었다. 그는 학문에 뛰어나 제자가 수백 명에 이르렀고, 유명한 학자들도 그를 만나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런데도 장해는 한 번도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은 채 고향에 있는 홍농산이라는 계곡에 들어가 혼자 살았다. 그러자 많은 학자들이 그를 뒤따라 홍농산 기슭에 사는 바람에 마을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 장해는 학문만이 아니라 도술에도 뛰어나 5리까지 안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라에서 그에게 벼슬하라고 사신을 보내면 그는 5리까지 안개를 일으켜 그 속에 숨어버리곤 했다. 여기서 오리무(五里霧), 즉 ‘5리의 안개’라는 말이 생겨났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은 이처럼 처음에는 오리무였으나, 오리나 되는 안개 속에(中) 길을 잃으면 방향을 전혀 분간할 수 없다는 데서 훗날 가운데 중(中)이 붙었다. 
이 내용은 중국 후한의 정사(正史)인 『후한서』에 나온다. 후한서는 모두 120권으로 남북조시대에 남조에 해당하는 송나라 사람 범엽(范曄)이 저술한 책으로, 후한의 13대 196년간의 사실(史實)을 기록했다. 범엽은 398년에 태어나 445년에 죽었는데 이 책의 편찬 연도가 불확실하여 이 어휘의 생성 시기는 그의 사망 연도로 잡는다. 

-완벽(完璧, --하다) 
생성 시기 중국 전한, 서기전 91년(무제 정화 2). 
유 래 춘추전국시대에 유명한 보석 ‘화씨의 벽’ 때문에 생긴 말이다. 초나라 백성이 처음 발견한 이 ‘화씨의 벽’이 흘러흘러 조나라에 들어갔는데, 이를 탐낸 진(秦)나라 왕이 땅과 보석을 바꾸자고 꾀었다. 힘이 약한 조나라는 할 수 없이 인상여라는 사람에게 보석을 갖다 주고 땅을 받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진나라 왕은 보석만 받고 땅을 주지 않았다. 
이에 인상여는 보석에 흠이 있다면서 달라고 하여 일단 받아든 다음 진나라가 땅을 주지 않으면 보석을 땅에 던져 산산조각내겠다고 왕을 위협했다. 그러고는 왕이 며칠간 목욕재계를 한 다음 보석을 인수인계하자고 하여, 진나라 왕이 목욕재계를 하는 동안 진나라를 탈출하여 옥을 빼앗기지 않았다. 이때 보석을 하나도 손상시키지 않고 원래 그대로 완벽(完璧)을 가져왔다고 하여 이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사기』 「인상여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어휘의 생성 시기는 조나라 혜문왕이 ‘화씨의 벽’을 얻은 서기전 283년보다는 이 어휘가 『사기』에 기록된 서기전 91년으로 잡는다. 

-아메리카노 
생성 시기 프랑스, 프랑스 대혁명 후인 1791년 10월 1일. 
유 래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들이 진한 유럽식 커피인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타서 마시는 걸 본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러한 커피를 ‘카페 아메리카노’라고 불렀다. 미국인들은 1773년 보스턴 차사건 이후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때 로스팅 기술이 없어 커피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물을 타서 연하게 마셨다. 이런 습관을 가진 미군 병사들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면서 자연스럽게 물 탄 에스프레소를 마신 것이다. 이 어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미국의 스타벅스가 한국의 이화여대 근처에 1호점을 낸 1999년 7월 27일이다. 스타벅스는 이때 물 탄 에스프레소를 카페 아메리카노보다 더 단순화하여 아메리카노란 명칭을 붙여 성공했다. 
잘못 쓴 예 고종은 손탁의 권유를 받고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다.(아메리카노→커피) 

-세도(世道, 勢道) 
생성 시기 조선, 1779년(정조 3) 11월 4일(음력 9월 26일). 
유 래 정조 1년(1777) 8월에 홍상간, 홍인한 등 풍산홍씨 일가와 정후겸 등이 정조의 침실에 자객을 들여보낸 반역 사건이 있었다. 이때 홍국영은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 주모자들을 처단하는 일을 주도하면서 특별한 신임을 얻게 되었다. 그러자 정조는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도리’인 세도(世道)를 실현하자는 이른바 세도정치를 홍국영에게 주문하였다 
그러자 홍국영은 삼사(三司;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로 들어오는 소계(疏啓; 상소와 장계. 상소는 관원이 임금에게 정사를 간하기 위해 올리던 글이고, 장계는 감사나 암행어사들이 임금에게 올리는 서면보고이다)를 직접 관리해 스스로 취사선택하였고, 전국 8도에서 올라오는 장첩(狀牒; 청원하는 글) 등을 모두 열람하여 자신의 손에서 처결하였다. 이 때문에 삼공육경(삼정승과 육조 판서)까지도 그의 눈치를 보게 되고, 조정의 백관이 모두 그에게 굴종하였다. 
조정이 이러할 때 지방 관리들도 마찬가지여서 팔도 감사나 수령들도 그의 말이라면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였다. 모든 관리들이 그의 허락을 받아야 행동을 하게 되었으므로 ‘세도(世道)’가 ‘세도(勢道)’가 되었다는 말이 이때 처음으로 생겨났다. 이 말이 생겨난 시기는 홍국영이 훈련대장이 되어 전권을 행사하다가 실각한 1779년(정조 3) 11월 4일(음력 9월 26일)로 잡는다. 

-좌익(左翼) 
생성 시기 프랑스, 프랑스 대혁명 후인 1791년 10월 1일. 
유 래 프랑스 대혁명 이후인 1791년 10월 1일부터 구성된 입법의회에서 급진 개혁파인 자코뱅당이 의장석에서 봐서 의장의 왼쪽에 자리 잡고, 보수파인 지롱드당이 의장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던 데서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로부터 자코뱅당의 정치성향인 급진적 체제개혁을 내세우는 과격한 정치세력을 좌익이라고 하고, 체제수호를 내세우는 지롱드당 같은 보수 세력을 우익이라고 한다.

출판사 서평

수없는 소통과 교류를 겪으면서 이루어진 우리말은 현재진행형 
우리말은 원래 알타이어계통으로 시작하여 만주어·몽골어·퉁구스어·일본어·터키어 등과 같은 갈래이지만, 불교와 도교 등의 수입으로 문자가 절실하던 삼국시대에 한자 한문을 문자로 도입해 쓰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순우리말도 발음이 비슷한 한자로 표기하거나 아예 말 자체를 바꾸는 일이 많았다. 땅 이름, 강 이름, 산 이름 같은 경우 거의 다 한자어로 바뀌었다. 
특히 신라 때 크게 발전한 한역(漢譯) 불교 경전 속의 새 어휘들이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게다가 원나라가 전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에 원나라 공주들이 고려 왕실로 시집오고, 고려가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면서 매우 많은 몽골어가 들어왔다. 또한 몽골군이 개척한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중동과 동유럽의 어휘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어휘들은 순우리말처럼 숨거나 또다시 한자로 표기되었다. 
조선 말기에는 서구 열강의 통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문명이 발달한 유럽의 어휘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어가 홍수처럼 밀려들어 말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 광복 뒤에는 미군정이 실시되면서 영어 위주의 어휘가 또 한 번 밀려들었다. 
이처럼 우리말은 수없는 소통과 교류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한국어가 되었다. 그러니만큼 어원이 또렷하지 않은 어휘가 매우 많고,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마구 쓰이는 실정이다. 
말은 그 시대를 보여주는 블랙박스 
말은 당대 역사의 블랙박스다. 생성하여 소멸하기까지 그 시대의 생채기와 내밀한 사연 등이 켜켜이 쌓여, 마치 다양한 지층구조를 이루는 거대한 절벽의 단면과도 같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은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의 생성 시기와 유래, 변천과정을 훑어본 우리말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이 어떠한 배경에서 탄생하여 어떤 변천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는 작업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과거 선조들이 살았던 시대의 관습과 사회상, 선조들이 겪었던 아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쾌지나 칭칭 나네’라는 노랫말은 원래 임진왜란 당시 대중들이 부르던 것으로,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의 무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쫓겨나는 모양을 “쾌재라, 가등청정이 쫓겨 나가네”라고 묘사했던 말이다. 또 ‘바가지 쓰다’라는 표현은 조선 말기 갑오개혁 이후에 생겨난 말로,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이리저리 섞어놓고 돈내기를 하는 중국의 노름 ‘십인계(十人契)’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뜻을 지닌 ‘도무지’처럼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원래 조선시대 죄인의 얼굴에 한지를 발라 물을 묻힌 후 숨이 끊어지게 하는 형벌의 하나였던 것이다. 
우리말의 근원을 찾아가는 사전 이상의 사전 
이 책의 구성은 크게 ‘고조선시대, 부족국가~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개화기,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로 짜여 있다. 생성 시기와 유래를 상세히 설명하였고 잘못 쓴 예를 제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였다. 아울러 ‘한자에서 태어난 우리말, 불교에서 들어온 우리말, 우리말의 탄생과 진화’ 등의 부록을 두어 그야말로 우리말의 모든 것을 망라하여 되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 책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어휘라는 것도 사용되지 않으면 퇴출되고 인기가 있으면 사용되는 시장원리와도 같다’는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순우리말, 한자어, 외래어를 구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했다는 점이다. 
둘째, 국내외의 다양한 문헌을 근거자료로 하여 백과사전에서 제공하지 않는 풍부한 상식과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장자』의 「추수편」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우리가 당연히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했던 ‘조카’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문공과 개자추의 일화를 통해 자신의 사람됨이 상대의 발아래 있다는 뜻의 한자어 ‘족하(足下)’에서 비롯되었음을 전한다. 
셋째, 인문학적 교양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사전답지 않은 사전, 사전 이상의 사전’으로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식견이 밑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알탄하우스
글쓴이 : 태이자 이재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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