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은 열일곱 살 되던 해에 광평대군의 5세손인 이경의 딸과 혼인을 하였습니다. 광평대군은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들로 19세에 죽을 때 한 명의 아들만 있었습니다. 성룡은 혼인을 한 뒤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이씨 부인도 공부에 열중하는 성룡을 방해하지 않고 응원하였습니다.
성룡은 이씨 부인을 불렀습니다.
“아무래도 공부에 더 힘쓰기 위해서는 절로 들어가야 할 것 같소.”
이제 혼인한 지 2년 남짓한 시간이기에 이씨 부인은 깜짝 놀랬습니다.
“공부를 하시러 절로 가신다고요?”
“그렇소.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많이 힘들겠지만...”
성룡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한 번 결심하셨다면 집안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집안 어른들과 상의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겠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실 것인지요?”
“아무래도 서울 가까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래서 관악산으로 가려고 하오.”
“이왕 마음을 결심하셨다니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 날 성룡은 관악산으로 갔습니다. 관악산에서도 가장 외진 암자를 찾으니 스님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조용히 공부할 곳을 찾던 중 이곳이 좋을까 해서 스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저야 어려움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의 허락을 받자, 성룡은 암자에서 <맹자>를 공부하는데 열중하였습니다. 워낙 공부에 열중하니 스님은 성룡을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밤이 깊어가자 성룡이 글을 읽는 방 창문에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짐승의 울음소리를 냈지만 성룡은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방문을 드르륵 드르륵 긁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룡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책만 읽는데 집중하였습니다. 그림자는 지쳤는지 곧 사라졌습니다.
날이 밝자 스님이 내려왔습니다.
“어제 밤에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무슨 일이라니요? 단지 책을 읽는데 문 밖에 짐승처럼 보이는 것이 왔다 갔다 하다가 문을 긁기도 했으나, 책 읽는 시간이 아까워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크게 감탄했습니다.
“대단한 선비로군. 저처럼 뜻이 굳으니 큰 일을 할 것 같군.”
어제 밤의 일은 스님이 성룡을 시험하기 위하여 일부러 꾸민 것이었습니다.
류성룡이 공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악산 연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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