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류성룡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다

윤의사 2015. 1. 30. 09:58

1590(선조 23)에 일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200년 이상이나 끌어온 내전상태를 끝내고 일본의 전국을 통일하였기 때문이었습니.

 

도요토미 히데요시 초상화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출신이 평민이라는 사실을 알까 두려웠습니. 그리고 조선을 거쳐 명나라까지 정복하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었습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군사를 일으켜 조선을 침략할 준비를 하였습니.

조선에서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하여 여러 차례 경고가 나왔습니.

1583(선조 16) 2월에 이이는 정치와 군사, 그리고 경제에 관련해서 나라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시무육조(時務六條)?를 임금에게 올렸습니.

 

첫째, 어질고 능력 있는 선비를 널리 관리로 뽑으십시오.

둘째, 군사력을 키우십시오.

셋째, 나라의 재정을 풍부하게 해야 합니다.

넷째,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국경의 경계를 튼튼히 하십시오.

다섯째, 전쟁이 일어나면 쓸 수 있는 말을 키워야 합니다.

여섯째, 어리석은 백성들을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사람의 도리를 깨닫게 해야 합니다.

 

이이 선생의 사당인 파주 자운서원

 

그러자 나라의 관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이의 시무육조는 평화로운 이 나라 국민들에게 불안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민심을 흉흉하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관리들의 이러한 반응은 선조에게도 시무육조에 대한 추진에 소극적이게 하였습니다.

"앞으로 좀더 생각하고 추진하기로 합시다."

이이는 실망하였습니다. 여진족이 이번에는 우리나라에 패배하였지만, 언제 다시 쳐들어올 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바다 건너 일본도 이제는 얕잡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신라시대부터 우리나라의 해안 지역을 쳐들어와서 식량을 도둑질하던 그들이었기에 언제 침입해올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라의 일을 맡은 관리들은 여진이나 일본을 오랑캐라고 하여 얕잡아보면서 군사를 기르는 일에는 소홀하기에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생각을 거듭하던 율곡은 같은 해 4월에 다시 선조를 만나 건의하였습니다.

"일본이 혼란을 극복하여 우리나라를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므로 십년 동안 서울에 2각 도마다 1만씩 도합 10만의 군사를 길러야 하옵니다. 군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가 없으므로 시간이 있을 때 국가의 변란을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군량미를 비축하고 재정을 튼튼히 하며, 국민들의 사기를 높여야만 하옵니다."

류성룡을 비롯한 나라의 관리들은 반대하였습니다.

"전하 지금은 국가 예산이 부족하오며, 평화 기간에 군대를 양성함은 국민들이 혼란에 빠질 염려가 있사옵니다."

류성룡이 반대하고 나서자, 다른 관리들도 나섰습니다.

"전하, 병조판서의 의견은 태평성대를 이룬 전하의 업적에 해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해마다 흉년이 들고 질병이 휩쓸고 지나가서 남아있는 거라고는 쭉정이밖에 없는데,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십만이나 뽑아다가 군사로 기른다는 것은 아니되옵니다."

"이판서는 군사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반대 의견이 계속되자, 결국 선조도 이이의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병조판서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하지만 나랏일을 보는 관리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으니 실시하기는 곤란한 일이오."

이이는 자신의 십만의 군사를 기르자는 것이 나라의 정책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도 안타까웠지만, 관리들이 앞일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함이 더욱 원망스러웠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에 이이는 평소에 아끼던 후배인 류성룡을 꾸짖으며 말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선비는 본래 앞일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입니다. 그러나 어찌 공도 그렇단 말이오."

퇴계 이황의 제자였던 류성룡도 일본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동인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반대하는 동인들을 배신하고 혼자서만 찬성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류성룡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류성룡은 전에 이이의 말이 생각나 선조에게 건의하였다.

"전하, 지금 왜국의 정세가 심상하지 않다고 하오니 왜국을 살피기 위해 사신을 파견하는 것이 좋을 줄 압니다."

"왜국의 상황이?"

류성룡의 건의에 따라 서인에서 황윤길이, 동인에서 김성일이 각각 정사와 부사로 하여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1년 후인 1591(선조 24)에 돌아왔다. 황윤길이 먼저 말했습니다.

"도요토미는 위험한 인물이고 반드시 조선을 침략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에 대비한 방비를 해야 합니다."

"도요토미는 보잘것 없는 인물이고 조선을 침략할 만한 인물이 못됩니다. 그러므로 전쟁에 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괜히 백성들만 피곤할 뿐입니다."

두 사람의 보고가 다르자 선조는 다른 신하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른 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서인인 정철이 말했습니다.

"황윤길의 의견이 맞을 줄 압니다. 그러므로 왜국의 침략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에 동인인 이산해가 말했습니다.

"아니옵니다. 김성일의 말이 옳습니다. 괜한 전쟁 준비로 백성들을 혼란하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선조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바로 자신이 속한 당파에 따라 의견을 다르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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