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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호는?

윤의사 2014. 7. 10. 07:32

요즈음 연예인들이 블로그를 많이 하는 모양이다.

그 중에 가수 이효리씨가 '소실댁'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소실댁'과 같은 칭호를 택호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이 택호는 잘못된 것이다.

올바른 택호에 대해 알아보자.

 

학창 시절이나 어린 시절에 만만히 부르던 이름이 성인이 되면 마땅히 부를 이름이 없을 뿐더러,

자녀들 앞에서 함부로 이름을 부르기도 난처할 경우가 많다.

또한 직장에서도 직급을 가진 사람에게는 직급을 붙여 호칭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부를 때 마땅한 호칭이 없어 미스터니, 미스, 심지어 미즈라는 둥

국적 없는 호칭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성씨 다음에 이 상이니 김 상이니 하는 것처럼 이씨’ ‘김씨니 한다든가, ‘이가’ ‘박가라고 부르고 있다.

더욱이 부인의 호칭은 남편을 따라 가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남편의 직급에 따라 그 부인을 일컫게 되니 여성은 당연히 남성에 종속된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의 통념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옛날에는 집의 이름, 곧 택호(宅號)를 지어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부르고 기억할 수 있는 호칭 문화를 발전시켰다. , 아무개의 처가나 아무개 아들의 외가 마을이 어딘가 알면 그 가족들의 택호를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택호의 장점은 누구든 쉽게 지을 수 있고 명칭과 지칭, 호칭 등으로 자유롭게 쓰일 수 있어 편리하거니와 신분이나 직급에 따라 사람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일컫는다는 민주적인 면이 큰 장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양지로 장가를 들어 양지 처녀를 신부로 맞이하게 되면, 그 택호는 으레 처가의 고장 이름, 곧 부인의 친정 마을의 이름을 따서 양지로 택호를 짓게 된다. 그러면 어른들은 그를 일러 양지야!” 하고 부르고, 그 부인은 양지댁!”이라고 일컫는다. 젊은이들은 그를 두고 양지 어른”, 또는 양지 아저씨라고 일컫고, 어린이들은 양지 할아버지라고 일컫는다.

어른들이 그 자녀를 지칭할 때에도 저 녀석이 양지 어른의 자제야라고 말을 한다. 자녀들은 어른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양지댁네의 맏아들입니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양지 어른의 윗대를 일컬을 때에도 양지 어른 부친이”, 또는 양지 어른 조부께서라고 택호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가족들 가운데 누구든 택호 하나만 있으면 모든 가족이 그 택호를 통해서 지칭되고 호칭될 수 있었다. 또한 이 택호는 아무개의 처가와 아무개 부인의 친정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그 자녀들의 외가가 어딘지까지 알려 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사회가 부계 중심이라고 하지만 택호를 통해서 모계의 지연까지 알려 주는 남녀 평등을 보장하는 여성적 호칭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남성의 지위에 상관없이 부인의 출신 지역에 따라 택호가 결정되므로 사회적 지위나 빈부 차이와 관계없이 집과 집을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일컫는 호칭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서양에서는 결혼을 하면 여성이 남성의 성으로 바꾸지만, 우리나라는 자기의 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만 보아도 우리의 전통 사회가 통상 남성 중심이 아닌 여성 중심으로 많이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