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세 가지가 많은 섬2

윤의사 2010. 3. 28. 11:28

“힘을 줘!”

안덕댁의 큰 소리가 만석에게 들려왔다.

“신이시여, 저의 엄마가 아기를 무사히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만석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아기는 좀처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덕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만석 엄마, 조금만 더 힘을 줘!”

안덕댁의 말에 따라 고씨 부인이 있는 힘을 다 주었다.

“으앙!”

드디어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나왔다. 만석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했수. 딸이라오.”

“딸이라고요?”

고씨 부인은 이내 풀이 죽었다. 사실 제주 지방에서 여자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자가 많은 제주 지방에서 남자의 정식 부인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정식 부인이 되어봤자 남편의 뒤치다꺼리를 할 뿐 이었다. 더구나 제주의 남자들은 두, 세 명의 첩을 두고 사니, 정식 부인의 마음고생도 매우 컸다. 고씨 부인은 아기의 얼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이때 김응열이 장사를 마치고 정낭을 들어서고 있었다.

“만석아, 아버지가 왔다.”

부엌에서 불을 때던 만석이 뛰어나와 김응열을 맞았다.

“아버지, 엄마가 아기를 생산했어요.”

“엄마가 아기를...”

김응열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향했다. 방에서 나오던 안덕댁을 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주머니, 수고하셨어요.”

“딸이라오. 만석 어머니가 고생이 많았다오.”

“딸이면 어떻습니까? 에미와 딸이 모두 건강하지요?”

김응열은 아기를 생산하는 고씨 부인 곁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매우 미안했다. 김응열은 고씨 부인의 손을 잡았다.

“부인, 수고했소.”

고씨 부인은 김응열의 위로를 듣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딸이면 우리가 잘 키우면 되지 않겠소?”

김응열의 말에 고씨 부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이 엄마를 그리도 애를 먹였단 말이오. 그러면 엄마를 고생시켰으니, 자라서는 만사람에게 덕을 베풀라고 이름을 ‘만덕’이라고 해야겠소.”

“만덕이라고요?”

고씨 부인은 “만덕”을 자구 되뇌어 보았다. 부를수록 좋은 이름인 것 같았다.

“참 좋은 이름이에요.”

고씨 부인은 눈을 감고 있는 아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가야! 이제부터 네 이름이 만덕이란다.”

김응열은 고씨 부인이 만덕이에게 속삭이는 것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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