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석성과 용장산성)
삼별초의 근거지인 용장산성은 진도대교에서 10분 정도를 가니 표지판이 나타났다. 용장산성을 찾아가는 동안 섬이 컸기에 전혀 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더구나 산이 낮고 넓은 들판이 있어, 이곳 진도사람들도 어업(漁業)보다는 농업(農業)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진도군 군내면 용장리에 있는 용장산성은 석성(石城)과 토성(土城)이 함께 있으며 몽고에 항복하는 고려 정부에 대항하여 끝까지 싸우겠다는 군인들의 정신이 돋보이는 곳이다. 용장산성에서 삼별초는 원종 11년(1270년) 8월부터 9개월 동안 싸움의 본거지(本據地)가 되었다.
사적 제 126호로 지정된 용장산성은 둘레가 산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요새로써 성의 대부분은 원형(原形)이 사라지고 용장사지와 행궁지(行宮地)만 남아있다. 삼별초를 이끄는 배중손이 천연의 요새지이기에 진도를 싸움의 중심지로 삼았다. 그리고 해전에 약한 몽고군을 상대하기가 좋았고, 더구나 바닷물이 빨라 섬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진도가 싸움의 요새지가 됐던 것이다. 또한 진도와 화원반도사이의 바닷길은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거둔 세곡을 서울로 운반하는 교통로(交通路)였기에 군량미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고려에서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세금이 들어오지 않아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글을 몽고에 보낸 적도 있으니, 배중손의 생각은 맞아떨어진 것이다.
1000여척의 배를 이끌고 진도에 도착한 배중손일행은 용장성에 터를 잡고 용장사를 궁궐로 삼았다. 그리고 일본에 글을 보내 ‘자신들이 고려를 대표하는 세력이다.’라면서 정통 고려임을 자처하였다. 용장산성은 삼별초가 이곳에 오기 250년전인 현종 9년(1018년)에 쌓은 성이다. 두 번에 걸친 거란의 침입으로 많은 고초를 겪은 현종임금이 배중손이 끝까지 몽고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도록 미리 배려하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별초가 진도에 터를 잡자 많은 고려 사람들은 삼별초에 의지(依支)하였다. 부패와 자신의 영화, 그리고 백성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관리보다는 배중손을 비롯한 삼별초가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들은 삼별초를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였다. 이에 삼별초는 남해․거제․제주까지 지배하는 커다란 해상 왕국(王國)을 세웠다.
삼별초의 기세가 날로 커지자 고려 정부는 김방경으로 하여금 토벌(討伐)하게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어서 몽고 장군 아해와 더불어 김방경을 2차 진압군으로 보냈으나 실패하였고, 몽고 장군 아해는 삼별초의 기세에 눌려 도망을 갔다.
2차에 걸친 실패를 기초로 원종 12년(1271년) 5월에 김방경과 몽고 장수 홍다구가 이끄는 1만명의 여원 연합군은 진도에 대한 총공격을 하였다. 10여일에 걸친 싸움 끝에 배중손과 왕으로 모시고 있는 승화후 온이 죽음을 당하였다. 진도읍 외신면에는 승화후 온의 묘가 쓸쓸하게 남아있다.
배중손이 죽자 김통정을 중심으로 한 삼별초는 금갑진을 거쳐 제주도로 본거지를 옮겼다. 이때 김통정을 따르던 많은 여성들 중에서 배에 오르지 못하자, 적에게 잡히느니 차라리 연못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한이 있어서인지 연못에서는 비가 오는 날이면 여자들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고도 하는데, 지금 연못의 자취는 사라졌다.
진도의 남쪽끝으로 가면 임회면 남동리에 또 하나의 성이 있다. 바로 남도석성이다. 남도석성은 백제 시대 매구리현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생각되는데, 고려 삼별초군이 진도의 남쪽을 막기위해 이곳에 성을 다시 쌓았다. 배중손이 이곳에서 몽고군을 막다가 전사하였다고도 하나, 추측일 뿐이다. 남도석성은 높이 4 ~ 6m, 폭은 2.5~3m 가량 되는 성으로 둘레가 610m이다. 둥그런 성벽과 동.서.남문이 거의 그대로 있으며, 성안에는 민가(民家)가 수십 호 들어서 있고, 마을 사람들은 이 옛성문을 통해 드나들고 있다. 남도석성 남문 앞으로 흘러가는 가느다란 개울 위에는 무지개다리인 운교로 쌍운교와 단운교가 놓여있다. 두 개 모두 편마암질의 판석을 겹쳐 세워 만든 것으로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양식(樣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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