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문화유산/우리나라의 볼거리

임꺽정을 만나다

윤의사 2006. 3. 12. 08:03

 

산정호수로 유명한 포천을 지나 43번국도를 따라가면 철원이 나옵니다.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 유난히 평야가 많은 철원,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북한 지역이었다가 전쟁 후에 우리 땅이 된 곳이지요. 원래 철원은 쇠철(鐵)자와 벌원(原)입니다. 곧 '쇠벌', 즉 서라벌이지요. 곧 서울을 뜻하지요. 신라 왕족 출신인 궁예가 후고구려를 건국하면서 서울로 삼아 철원이 된 곳입니다.
고석정을 가려면 승일교를 만납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유명한 다리입니다. 높이 35M, 길이 120M의 다리로 지금은 옆에 새로운 다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철원과 신철원을 연결하는 승일교는 한국 전쟁이전에 김일성이, 한국 전쟁이후에는 이승만대통령이 건설하여 이승만 대통령의 '승'과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승일교(承日橋)'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한국 전쟁 당시 한탄강을 건너 우리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위하여 북쪽으로 진격하던 중 31세의 나이로 장렬하게 전사한 박승일연대장의 공을 기려 1958년 12월 3일 다리를 완공했을 때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승일교가 놓여진 한탄강은 금강산 아래쪽 추가령지구대에서 시작하여 평강, 철원, 연천을 지나 임진강과 합쳐지는 136KM의 제법 긴 강이지요. 본래 강원도에서 보기 드물게 큰 강이라 '한여울'이었으나, 궁예가 철원땅에 후고구려를 세워 발전하다가 부하 왕건에게 쫓기어 이 강을 건너면서 눈물을 흘리며 원통해했다고 하여 한탄강이라고 했다는 전설도 있지요.
승일교에서 1.6KM를 지나면 한탄강이 나오는데, 외로운 바위가 우뚝 서 있습니다. 바로 고석정(孤石亭)이예요. 고석정은 한탄강 한복판에 높이 10여M로 서있는 바위와 그 위에 서 있는 정자를 말합니다. 철원팔경 중의 하나로, 철원에서 가장 내세우는 명승지이기도 하다. 신라 진평왕때 정자를 지었으나 없어지고, 지금의 정자는 요즈음에 세운 정자이다.
고석정이 유명해진 것은 임꺽정의 활동 무대로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그러나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는 고석정에 관한 언급이 없습니다. 삶에 지친 철원 사람들이 자신들의 희망으로 임꺽정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전설이 전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철원 사람들은 지금도 고석정을 꺽정 바위라고 부르며, 임꺽정이 정의를 위하여 신고다니던 신발의 모양이 고석정의 모습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임꺽정은 함경도에서 궁궐로 올라가는 곡물이나 금은보물 등이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이를 빼앗아 가난한 서민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고석정이 있는 한탄강은 매우 맑은 물로, 이런 물에만 사는 물고기 중에는 꺽지가 있어요. 몸길이가 24∼27CM정도 되는 이 고기를 철원 사람들은 임꺽정이 관군에게 쫓기면서 재주를 부려 변신한 것이라고 합니다.
철원에는 안보 관광지답게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쓰러져가는 증기 기관차가 서있는 월정리역,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노동당사와 감리교 교회터 등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겨울에 가면 독수리 등 철새들이 철원평야에서 한껏 춤을 추고 있습니다. 주변에 매운탕이 입을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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