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우리역사문화사전

하루 식사를 두번만?

윤의사 2006. 3. 14. 08:40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무엇이라고 할까요?

“하루에 식사를 몇 번 합니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웃음을 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가 식사를 하루에 세끼를 먹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동양 사회건, 서양 사회건 식사는 하루에 두 끼가 기본이었습니다. 지금도 히말라야산맥의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에 두 끼의 밥을 먹는 것으로 보아, 하루에 식사를 세 끼 먹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침과 저녁을 중심으로 식사를 하는데 비해, 이슬람을 믿는 사회나 인도 지역에서는 점심과 저녁이 중심 식사다. 세끼 식사가 우리나라는 점심 식사를 하면서, 반면에 다른 나라에서는 아침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스님들이 이른 새벽에 간단히 먹는 음식에서 점심이라는 말이 나왔으며, 『칠경독』에선 이른 아침이나 지금의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정신이 흩어졌을 때 새롭게 마음을 다지기 위해 먹는 음식을 가리켰다.
우리나라 문헌에 점심이 처음 나온 것은 태종 6년(1406)의 실록으로, 심한 가뭄이 계속 되자 임금이 명령을 내렸다.

“급하지 않은 일을 백성들을 동원해서 하지 말며, 각 관청에서는 점심을 먹지 말라."

곧 중앙 관청에서는 간단하게 간식과 차를 마시는 것이 바로 점심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점심을 먹은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순조때 실학자인 이규경(李圭景)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 동안만 점심을 먹기 시작하고,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점심을 안먹고 아침·저녁 두끼만 먹었다고 썼다. 곧 춘분은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 날이요, 추분은 점심을 안 먹는 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사는 언제였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아침이 가장 중요했다. 옛말에 “아침은 왕후장상처럼 먹어라"는 말처럼, 아침을 많이 먹는 식사 문화다. 필자가 어릴 적 동네에서 보면 오늘날 5인용 밥솥만한 크기의 그릇에 고추장과 열무김치를 넣어 비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아침을 많이 먹어야 했을까?
중국·영국·미국·프랑스·인도네시아·홍콩 등은 저녁을 왕후장상처럼 잘 먹고 있으며, 이집트나 멕시코는 점심을 잘 먹는다고 한다. 아침을 많이 먹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산업과 관계가 있다. 바로 벼농사는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노동 위주의 산업이다. 더구나 농사철은 더운 여름이므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므로 아침 식사가 중요시되었다. 반면에 잠자리에 드는 저녁 식사는 에너지가 덜 필요하고, 전기가 없던 옛날에는 밤시간의 활동도 많지 않았으므로 아침보다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아침은 식빵과 우유로, 점심은 도시락으로, 저녁은 따뜻한 찌개의 밥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이것은 옛날의 우리 조상과는 정반대다. 지금 우리나라는 쌀이 많이 남아돈다고 한다. 아침에 밥을 먹으며 건강도 챙기고 농민들에게 기쁨도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