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에 첫 복권
서양에 복권이 처음 등장한 것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아우구스투스
시대(BC 63~AD 14) 부터 시작됐다. 그는 귀족이나 관리를 초청해 잔치를 베푼 후, 음식값을 받고 계산서를 내면 추첨해 값비싼 여러 가지
상품을 나누어주곤 했다.
본격적인 복권 발행은 네로 황제(AD 37~68)때였는데, 그는 로마의 도시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했으며 상품으로 땅·노예·선박·직업 등을 나누어주었다. 네로 황제가 발행한 복권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서로마가 멸망할 즈음에는 황제가
돈을 구할 목적으로 발행한 복권이 귀족들의 퇴폐 오락으로 바뀌어 결국 서로마가 멸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마가 멸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부정적인 영향으로 없어졌던 복권은 16세기에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국가 재정을 보충한다든지, 항구를
건설한다든지, 교회를 다시 짓거나 늘린다든지, 병원을 세우는 명분으로 복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복권 당첨금은 노예와 말,
또는 큰 집이나 보석, 그리고 장신구 등이었으므로 도박성이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서양의 복권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익복권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복권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피렌체 로또다. 1530년 이탈리아 도시국가 피렌체가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한 ‘피렌체
로또'는 최초로 당첨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번호 추첨식 복권이다. 이 복권이 성공하면서 lotto라는 단어가 복권의 보통명사로 사용됐다.
이러한 공익 복권은 미국에서도 발행됐다. 1740년에서 1755년 사이에 식민지 미국의 여러 지방도시들은 교회, 학교, 교도소, 도로,
항구, 다리 등을 건설하기 위해 반쯤 민영화된 복권을 발행했다. 이 중에서 일부는 대학을 설립하는데 사용되었으니,
콜럼비아·뉴저지·예일·하버드·프린스턴대학 등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이 복권 발행의 수익금으로 세워진 학교다.
동양에서는 진나라 때
만리장성을 쌓거나 국방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케노’라고 하는 복권을 팔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350년 전에 복권이 발행됐으니, 전세계 모든
국가에 복권의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복권은 언제 등장했을까?
우리나라 전통적인 복권의 기원은 근대 이전의 우리나라
사회에서 크게 발달한 협동 조직체인 “계”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과 같은 전통 공익복권으로 십층계라는 것이 있다. 절을 새로
짓는다든지, 학교를 새로 짓거나 운영할 돈이 필요할 때, 조상의 산소에 제사를 지내는 비용의 마련을 위해, 활터를 운영할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복채를 팔아 마련하고, 그 금액의 일부로 당첨금을 삼는 반복권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것말고도 사익복권이라는 것도 있었다.
잡백계는 작백계 또는 작태계라고도 하는데 일련번호가 적혀있는 복권을 100명이나 1000명 단위로 팔고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정하여
전체 판매액의 80%는 당첨금으로 돌려주고, 전체 판매액의 20%는 복권을 발행한 사람이 먹는 복권이다.
삼십육계는 36명 단위로 모든
사물의 유래나 기원을 적은 연기지를 36명에게 팔아 맞히는 사람에게 자신이 건 돈의 30배를 상금으로 주는 복권이다. 이 복권이 사행심을
조장하여 집안이 망하는 집안이 줄을 잇자, 나라에서는 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산통계는 상자 속에 각 계원들의 이름을 기입한
공을 집어넣고 그 통을 돌려 나오는 공에 따라 당첨을 결정하는 복권으로 오늘날의 추첨 방식과 비슷하다.
오늘날 복권을 사서 동전이나
쇠붙이로 즉석에서 긁어 당첨을 확인하는 즉석복권이 있다. 옛날에도 십인계라는 즉석복권이 있었다. 바가지를 둥글게 10개를 오려 1에서 10까지
숫자를 적어 대통 안에 넣어 흔든 뒤 그 중 한 개를 꺼내어 그 숫자에 미리 돈을 건 사람이 그 판에 걸어 놓은 모든 돈을 모조리 먹는 것으로
오늘날의 ‘야바위’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복권은 1948년 제16회 런던올림픽대회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947년
12월에 올림픽 후원권이 발행되었다. 1949년 10월에는 이재민 구호기금을 모으기 위하여 세 번에 걸쳐 후생복표가 발행되었다. 1956년
2월에는 공장을 짓고 사회 복지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하여 애국복권이 발행되었다. 그러나 이들 복권들은 계속 발행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정기발행복권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69년에 나온 주택복권이다. 현재의 주택복권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한 올림픽 복권에서 이름을 바꾼
복권이다. 현재 1000원에서 2000원정도 하는 복권이지만 1947년에 처음 발행할 때에 복권 가격은 100원이었다. 현재 1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당첨금도 1947년에는 100만원이었다. 그러나 서울의 집값이 100만원이었으니, 오늘날에 3억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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