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부자의 길을 알려주다

윤의사 2010. 8. 27. 07:14

미역을 사오면서 백성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소리에 만덕은 마음이 아팠다. 밥을 먹어도 맛이 나지를 않았다. 만덕이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하자 만석이 말했다.

“아우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아니에요.”

“그런데 왜 밥을 그리 먹지 못하느냐?”

“칠성이가 이번에 성산으로 미역을 사러 갔을 때 굶주리는 백성들이 있다고 합니다.”

“요즈음에 굶주리는 백성들이 있나보더라. 우리 제주에는 예부터 거리를 다니며 구걸하는 거지가 없는 곳인데 요즈음에는 보이더구나.”

“거지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하지만 굶주리는 것은 나라님도 어찌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러나 만덕에게 만석의 말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한참 생각을 하던 만덕이 만석에게 말했다.

“오라버니, 내일 아침부터 우리집 대문 옆에 뒤주를 가져다 놓으세요. 굶주리는 백성들이 한 번에 쌀 한 되씩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세요.”

“나라님도 구할 수 없는 것은 네가 한다고... 완전히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겠느냐? 더구나 누가 지키지 않으면 마구 퍼갈 것도 아니더냐?”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은 해야지요. 그리고 저는 우리 백성들을 믿습니다.”

만덕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만석인지라 시키는 대로 하였다. 칠성은 제주 곳곳에 방을 붙였다.


김만덕상단에서 아침에 쌀을 무료로 나누어줄 계획입니다.

뒤주에서 한 사람이 퍼갈 수 있는 양은 하루 한 되입니다.


방을 본 백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굶주림에서 벗어나나보다.”

“그러게. 항상 검소하게 생활하더니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돈을 쓰니 대단한 사람이야.”

다음 날 아침부터 쌀을 나누어주었다. 백성들은 저마다 먼저 받으려고 아우성을 쳤다. 이를 지켜본 만덕이 백성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오신 분들에게는 모두 드릴 테니 줄을 서세요.”

만덕의 말에 백성들은 줄을 섰다. 칠성이가 한 번에 한 되씩 쌀이 떨어지게 만드는 장치를 해놓았지만, 뒤주에 담아 놓은 쌀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쌀이 떨어지면 칠성이는 다시 뒤주에 쌀을 담았다. 만덕의 노력으로 백성들은 굶주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정조 18년(1794) 가을,

제주 사람들은 이제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때였다.

“올해는 풍년이지.”

“암, 그렇고 말고.”

“3년 정도 흉년이 들었으니, 이제는 풍년이 들어야 되겠지.”

그러나 수확을 기다리는 이삭을 향해 태풍이 몰아쳤다. 수확을 앞둔 곡식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이제 제주 사람들은 굶어죽을 판이었다. 만덕은 백성들을 생각하면서 죽을 만들어 나누어 주도록 하였다.

“아우야, 우리까지 이렇게 고생을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아닙니다. 백성들이 아파하는데 우리만 배불리 먹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만덕은 굶주리는 백성들이 늘어나자 마당에 큰 솥을 걸어 죽을 수게 하였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죽을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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