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장사를 시작하다3

윤의사 2010. 6. 25. 07:11

객주를 나서면서 만석이 말했다.

“아우야, 우리가 이렇게 애를 태우면 주인이 웃돈을 많이 요구하지 않을까?”

“웃돈은 생각하고 있어요. 요즈음 건입포의 상업이 워낙 활기가 있으니까요.”

만덕도 웃돈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덕은 좋은 길목의 자리를 차지해야만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온 만덕은 여전히 불안하였다. 이를 지켜보는 만석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락을 해준다는 객주 주인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만덕은 애가 탔다. 애가 타기는 만석도 마찬가지였다. 농사일이며 바닷일을 그만둔 지 꽤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자꾸 객주집을 드나들 수는 없었다. 만석의 말대로 객주 주인이 웃돈을 많이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계십니까?”

만석은 얼른 문을 열고 나갔다. 바로 객주집 몸종이었다.

“저의 주인께서 찾으십니다.”

만석은 기쁜 마음에 옷도 제대로 차리지 않고 문 밖으로 뛰어나왔다.

“오라버니,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만덕의 말에 만석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하여 남매는 천천히 건입포의 객주집으로 갔다.

“마음은 정했는지요?”

만덕이 말했다.

“내 마음을 바꾸게 한 것은 오직 만덕 때문이라오. 그 좋다는 기생을 때려치우고, 장사를 한다는 그 마음이 대단해서요. 잘해보시오.”

“고맙습니다.”

만덕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객주를 인수한 만덕은 만석에게 당부를 하였다.

“오라버니, 장사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아무렴 그렇지.”

“그런데 저는 이익보다 다음 세 가지를 오라버니께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우리가 장사를 하면서 첫째는 우리만 이익을 남기려고 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이익을 적게 남기고 중도아(중간 도매상)나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남기게끔 해야 우리와 계속 거래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생산자나 중도아들에게 적당한 가격을 주고 사야 합니다. 너무 싼 값에 물건을 사려고 하면 품질이 떨어져서 결국 우리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올 것입니다. 셋째는 정직한 신용을 우선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와 거래하는 상인 중 신용이 높은 사람은 돈을 빌려준다고 말씀하세요. 그러면 우리를 믿고 거래하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품질좋은 물건도 많이 가져올 것입니다.”

“아우의 생각을 잘 새기겠구나.”

다음 날부터 장사를 시작하였다. 만덕이 객주를 열었다는 소문은 금방 제주 곳곳에 전해졌다.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에도 전해졌다.

“만덕이 객주를 열었다네.”

“그러게. 아니 남자도 힘든 일을 어찌 하려고...”

“쯧쯧,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지.”

사람들은 걱정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다. 육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제주의 유명 기생인 만덕을 보기 위하여 건입포 객주를 찾았다.

“혼자옵쇼!”

만석은 오는 상인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만덕이는 어디에 있소?”

상인들은 만덕부터 찾았다. 상인들이 찾으면 만덕은 공손하게 그들을 맞았다.

“전에 말했던 양태를 구해놓았소?”

“예, 말씀하신 대로 구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육지에 다녀오실 때 쌀이나 무명을 구해주십시오.”

만덕은 쌀과 제주의 특산물을 많이 바꾸었다. 평야가 적은 제주였기에 항상 쌀이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다.

제주 기생출신인 만덕이 객주를 한다고 하여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찾던 상인들의 숫자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물건을 처음 팔기 시작하는데 여자이면 재수가 없어.”

“맞아. 그래도 장사는 남자끼리 해야 돼.”

손님이 줄자 만석은 애가 탔다.

“이러다가 우리 망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물건이 좋고 가격이 맞으면 다시 오게 되어 있어요.”

“아우는 무엇을 믿고 그리 자신하느냐?”

만덕은 만석의 말에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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