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장사를 시작하다2

윤의사 2010. 6. 20. 15:36

“이곳은 가격이 비싸지 않겠느냐? 처음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이면...”

만석이 걱정스럽게 만덕에게 물었다.

“이왕 하려는 장사이니 좋은 자리에서 하고 싶어요.”

“그래, 내가 경제적으로 아우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온 몸으로 아우를 도우마.”

남매는 객주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옵셔!”

주인인 듯한 사람이 반갑게 반겼다. 남매는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인을 찾았다.

“무슨 일이시오?”

주인이 거드름을 피우며 나왔다.

“주인께 청할 일이 있어 왔습니다.”

“나에게 청할 일이라니...”

“이곳을 나에게 파시지 않겠소?”

만덕의 말에 주인은 크게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무슨 소리요? 이곳을 팔라니요?”

“내가 후히 쳐드리리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팔지는 않겠소.”

주인의 말에 만석이 나섰다.

“혹시 만덕을 아시오?”

“제주 기생 만덕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소?”

“바로 이 사람이 만덕이요. 얼마 전 기생에서 양민이 되었다오. 이 사람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한번 도와주시오.”

“당신이 바로 그 만덕이란 말이오.”

주인은 만덕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내 한번 생각해보고 연락을 드리리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매는 공손하게 인사를 한 후에 객주를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석은 애가 탔다.

“아우야, 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일까?”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그 사람도 생각이 많을 것이 아니겠어요?”

“이왕 시작하는 것, 하루라도 빨리 하고 싶구나.”

“오라버니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객주를 판다고 할 때까지 물건을 알아보는 것은 어떻겠어요?”

“아우의 말대로 하자.”

만덕은 만석과 함께 평소에 생각했던 물건들을 알아보았다.

“오라버니, 제가 찾는 물건들은 잘 기억하세요. 이런 물건들은 육지에서는 가격이 꽤 비싸니까요?”

“아우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전에 저를 찾던 서울 관리가 알려준 것이예요.”

“그래 어떤 물건이더냐?”

만덕은 서울 관리 이도원이 말한 품목들을 기억나는 대로 말했다.

“양태와 귤, 옥도미, 미역, 표고, 전복, 녹용 등이예요. 이러한 물건들은 눈여겨 보시고 가격이 맞으면 사서 창고에 쌓아놓아야 돼요.”

“그럼 그 물건들을 배에 싣고 육지로 나간단 말이지.”

“그렇지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제주에 귀한 물건들을 사가지고 와서 팔면 많은 이윤이 남을 것이예요.”

만덕과 제주의 이곳저곳을 다니지만 만석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건입포의 객주 생각뿐이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다시 건입포로 가야겠구나?”

“오라버니의 뜻대로 하지요.”

만덕도 더 이상 만석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또 오셨네요.”

몸종이 만덕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주인은 어디 계시느냐?”

“안에 계시는데요?”

“만덕이 왔다고 전하거라.”

몸종의 연락을 받은 주인이 나왔다.

“왜 이리 서두르시오. 나도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온 사람이오. 그런데 어찌 하룻밤 사이에 결정을 내릴 수가 있소?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주시오.”

주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만덕은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객주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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