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나는 기생이 아니다4

윤의사 2010. 6. 6. 10:03

집으로 돌아온 한유추는 고민에 빠졌다.

‘이를 어쩌나? 만덕에게 양민으로 신분이 바뀌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밤새 고민을 하던 한유추는 날이 새자마자 제주목사인 신광익을 찾았다.

“영감,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무슨 일이오?”

한유추는 머뭇거렸다.

“무슨 일이길래 그리 뜸을 들이시는가?”

“다름이 아니옵고 만덕이 기생에서 양민으로 신분을 올리겠다고 하여...”

한유추는 말끝을 흐렸다.

“아니 기생이 어찌 양민이 된단 말이냐? 더구나 지금 만덕은 이곳 제주 뿐만 아니라 서울가지도 알려진 기생이 아니더냐? 그리 유명세를 탔으면 양민보다 기생이 더 낫지 않겠느냐?”

“소인도 그리 생각하지만 만덕은 기생보다는 양민이 좋은 모양입니다.”

“참으로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구나. 그래 왜 양민이 되려고 한다더냐?”

“장사를 하여 돈을 벌어가지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볼 생각이랍니다.”

“뭐라고? 장사를 해?”

“그렇습니다.”

“여자가 장사를...”

신광익은 기가 찬 듯이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그래도 만덕이가 백성들을 생각하는 모양은 참으로 기특하구나. 기특한 생각을 하였으니 한판관은 한번 『속대전』를 찾아보시오.”

“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유추는 자신의 방으로 와서 『속대전』를 뒤졌다. 『속대전』은 조선 21대 임금인 영조가 조선시대의 기본 법전으로 세조 때 편찬되기 시작하여 성종 대 완성된 『경국대전』을 보완하여 만들어진 법전이었다. 『속대전』을 찾던 한유추는 깜짝 놀랐다.

“아, 이런 것이 있었네.”

영조 21년(1745)부터 사노비의 경우 100냥, 즉 쌀 13섬을 바치면 노비가 양민으로 오를 수 있게 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서 부족한 세금을 메우고 천민을 양민으로 신분을 상승시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법이었다. 한유추는 제주 목사 신광익에게 『속대전』을 가져가 보여주었다.

“영감, 『속대전』에 노비가 양민으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양민으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신광익도 얼른 『속대전』으로 다가갔다.

“만덕에게 100냥이라는 많은 돈이 있을까?”

“한번 만덕을 불러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 만덕을 어서 관아로 불러오시오.”

한유추는 만덕에게 전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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