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나는 기생이 아니다2

윤의사 2010. 5. 21. 15:19

말을 타고나서 만덕은 이도원에게 말했다.

“나으리, 이곳에서 한라산이 멀지 않으니 한번 가시겠습니까?”

“맞아! 제주에도 삼신산의 하나가 있지. 그래 가보자구나.”

만덕은 이도원과 함께 한라산으로 갔다. 영주산으로 불리는 한라산은 봉래산의 금강산, 방장산의 지리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삼신산 중의 하나이다. 삼신산은 중국의 역사 학자인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나온다. 삼신산에는 신선들이 사는데, 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주옥으로 된 나무 열매를 따먹으면서 생활하여 늙지도 병들지도 않으면서 행복한 생활을 한다는 산이다.

예쁜 꽃들이 온 산에 피웠으며,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한참을 가던 이도원이 말했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구나.”

“힘드신지요?”

“오랫만에 많이 걸으니 힘들구나. 그런데 이곳이 어디냐?”

“어승생악이라 합니다.”

“어승생악이라?”

“전사께서 타시는 말을 기르는 곳이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말이 그렇게 많은 곳이로구나.”

“바로 눈앞에 펼쳐진 곳이 한라산입니다.”

이도원은 감탄하였다. 비록 한라산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어승생악에서 보이는 한라산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자네는 좋겠구나. 삼신산의 하나인 한라산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녀가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내가 아름답다고 하는 금강산을 가보았지만, 한라산도 그에 못지않구나.”

“금강산이 그리 아름답습니까?”

“금강산은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다르지 않느냐? 그래서 봄에는 아침이슬이 떠오르는 태양에 금강석같이 빛난다 하여 금강산이라고 부르며, 여름에는 계곡과 봉우리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하여 봉래산으로, 가을에는 산이 단풍으로 붉게 불탄다고 하여 풍악산으로, 겨울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계곡의 바위를 구석구석 보여준다고 하여 개골산으로 부를 정도이니 아름다움을 그 무엇으로 찬탄하랴?”

이도원의 말을 들으며 가볼 수 없는 금강산에 만덕은 푹 빠지게 되었다. 

세월은 물흐르듯 빨리 흘렀다. 이도원과 즐거운 생활을 하는 동안 만덕도 모든 걱정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들은 모두 한양으로 가기를 원했다. 이도원도 마찬가지였다.

“만덕아, 이제 제주를 떠나야 할 것 같다.”

“나으리, 벌써 떠나시나요?”

만덕은 아쉬운 듯 이도원을 쳐다보았다. 만덕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더냐? 우리가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이도원은 만덕의 어깨를 안으며 말했다.

“자네의 꿈이 기생에서 벗어나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지. 장사를 하려면 밑천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한양에서 내려올 때 가지고 온 것과 제주에 머무는 동안 모아둔 돈과 재물일세. 이것을 밑천삼아 꼭 성공하기를 바라네.”

만덕은 이도원의 마음씀씀이에 눈물겨웠다.

“감사합니다. 나으리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도원이 떠난 후에 만덕은 기생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였다. 기생은 관청의 재산이었다. 재산이 줄어드는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노력을 해야 돼. 노력을 하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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