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나는 기생이 아니다

윤의사 2010. 5. 16. 11:27

 어느 덧 만덕이가 기생으로 활동한 지도 4년이 흘렀다. 이제 그녀는 19세의 완숙한 여성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자태에 반한 사람이 있었다. 제주도에 순무어사로 와있던 이도원이었다. 순무어사는 조선시대에 지방에서 변란이나 재해가 일어났을 때 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백성들을 위로하고 사건을 조사하던 임금의 특사이다. 그는 문과에 급제한 후에 홍문관에서 근무하다가 영조의 명을 받고 제주도에 파견되었던 것이다. 그는 만덕과 6개월을 함께 생활하면서 그녀의 재능과 신중한 행동에 감탄을 했다.

이도원은 시간이 나면 만덕과 함께 말을 타고 즐겼다.

“오늘은 좋은 말이 있나 목장을 찾아보자.”

“예, 그리 하십시오.”

만덕은 이도원과 말을 기르는 목장을 찾았다. 제주에는 말을 기르는 목장이 많았다. 제주에서 말을 기르는 목장이 많아진 것은 고려 고종 때 원나라가 침입하면서부터였다. 40년 가까이 원나라와 싸우던 고려가 강화를 맺었다. 강화를 맺으면서 고려 정부는 임시 서울이었던 강화에서 원래 서울이었던 개경으로 옮겨왔다. 이 조치에 반대한 삼별초가 항거를 시작하였다. 배중손이 이끄는 삼별초는 진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이동하여 항거하였다. 원나라 정부는 고려와 연합군을 형성하여 제주도에 있는 삼별초를 진압하면서 초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목 민족인 원나라는 말이 많이 필요했으므로 초원이 넓은 제주도에 말을 기르는 목장을 만들게 되었다. 말을 기르는 목장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만덕이 이도원과 말목장을 찾았을 때 일꾼들이 말목장을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주워 망태기에 담았다. 이도원이 궁금하여 만덕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말똥초기라는 것입니다. 아마 나으리는 표고버섯이라고 알 것입니다.”

“표고버섯이 저리도 많다는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요즈음에 따먹는 말똥 초기는 아주 맛이 좋아 최고의 반찬이지요.”

“표고버섯이라... 저것은 한양에서는 약재로 쓰고 있는데 아주 비싸단다.”

이도원의 말에 만덕은 귀가 번쩍 뜨였다. 만덕은 이게 기생 생활이 싫었다. 아무리 머리를 얹어 남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이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만덕에게 여전히 치근덕거리는 남자들이 많았다. 만덕은 빨리 기생 생활에서 벗어나 평민으로 돌아가서 장사를 하고 싶었다. 장사를 하여 많은 돈을 벌면 먹을 것이 없어서 자신처럼 생각하지도 않던 직업을 가지게 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다.

‘이것을 모아서 서울에 가져다가 팔면 돈이 되겠구나.’

만덕이 혼잣소리를 하자 이도원이 말했다.

“무슨 소리냐? 돈이 되다니...”

“아니옵니다.”

“너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인데, 어디 말을 하려무나.”

만덕은 자신이 기생이 되었던 사연을 구구절절이 이도원에게 말했다.    

“아, 그랬었구나. 실은 나도 자네가 기생으로 생활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이도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가 기생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그래도 오늘은 목장에 왔으니 너의 고민을 확 날려버릴 수 있게끔 신나게 말을 달려보자구나.”

“알겠습니다, 나으리.”

만덕과 이도원은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말을 달렸다. 그동안 속으로 고민하던 생각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니 만덕은 무겁던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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