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나는 기생이 아니다3

윤의사 2010. 5. 26. 09:04

제주목사 신광익을 옆에서 돕는 군수 박인재와 판관 한유추를 초대하였다. 이들이 도와주어야 자신이 기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래, 자네가 우리를 초대하다니 무슨 일이 있더냐?”

“아니옵니다.”

만덕은 박인재와 한유추에게 술을 권하였다. 술잔을 내려놓으며 한유추가 말했다.

“아니 손님을 초대해놓고 자네 얼굴이 영 아니군.”

박인재도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오늘 평소에 신세를 많이 진 두 분께 보답하는 의미에서 대접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만덕의 눈치를 살폈다.

“자네의 안색을 보아 오늘은 영 술맛이 나지 않겠구나. 어서 자네의 고민을 말해보게나.”

“나도 마찬가지일세.”

만덕은 두 사람이 재촉하자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은 소녀는 양인출신이옵니다. 그러나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가 되어 행수 기생인 월중선의 딸로 들어갔습니다. 그 바람에 기생이 되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만덕의 말을 지긋이 눈을 감으며 들었다.

“참으로 안되었구나.”

“이제 와서 어쩌겠느냐? 모든 것이 자네의 팔자가 아니겠느냐?”

두 사람은 먼저랄 것도 없이 만덕을 위로하였다.

“나으리, 제가 다시 양인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지요?”

두 사람은 만덕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관청에 소속된 기생은 나라의 재산이었다. 재산을 함부로 줄일 수는 없는 문제였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자네는 양인으로 되돌아가봤자 지금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할 것이 틀림없구나. 지금은 비단으로 된 치마와 저고리를 입을 수 있고, 여러 가지 화장품에 여러 가지로 만들어진 해물이며 고기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느냐? 어지 이러한 것들을 물리칠 수가 있겠느냐?”

만덕은 입술을 굳게 깨물며 말했다. 만덕의 입은 단호함이 넘쳐 있었다.

“나으리, 소녀가 기생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저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니, 기생에서 양인으로 되는 것이 자네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니?”

한유추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소녀는 기생을 그만두면 장사를 할 작정입니다. 장사를 하여 많은 이윤을 남긴 뒤에, 어렵게 살고 있는 백성들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자네의 생각은 기특하다만 여자의 몸으로 장사를 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느냐?”

박인재의 말에 한유추도 거들었다.

“남자들만의 세계에 여자가 끼어들 수나 있겠느냐?”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 남자가 하는 일과 여자가 하는 일이 어지 구분이 있겠습니까?”

만덕의 굳은 결심에 한유추가 말했다.

“자네의 결심이 확고하지만 지금까지 기생을 양민으로 신분이 바뀌는 법은 없었느니라. 그래도 자네의 청이 확고하니 한번 알아보겠구나.”

박인재와 한유추는 만덕을 위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만덕은 한유추의 말에 희망을 가지며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반짝 반짝 빛나는 별 사이로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나도 저 구름처럼 내가 가고 싶은 대로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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