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나는 기생이 아니다5

윤의사 2010. 6. 8. 20:15

관아에서 찾는다는 소리에 만덕은 바람처럼 달려왔다.

“찾으셨습니까?”

“그래, 어서 오게나.”

한유추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감께서 자네가 양민으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실 것이다.”

“양민으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을요?”

만덕은 기쁨에 겨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광익은 만덕을 보자 『속대전』을 펴보였다.

“이것이 네가 양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만덕은 얼른 『속대전』을 펼쳐들었다.

“100냥이라고요?”

양민으로 된다는 말에 기뻐했던 만덕이 긴 한숨을 쉬었다.

“일을 하면서 100냥 정도는 모을 수 있지 않았느냐?”

“돈을 모으기는 했지만...”

만덕이 말을 맺지 못하자 신광익이 다급한 듯 물었다.

“돈을 모았다면 그것으로 내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것은 소녀는 원래부터 양민의 자식이옵니다. 양민의 자식이 어찌 돈을 내야만 합니까?”

“그럼 네가 양민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

“소녀의 양어머니인 월중선이 알고 있습니다.”

“월중선이라고?”

한유추가 거들었다.

“우리 관아의 행수기생출신입니다.”

“그래, 그럼 지금 곧 사람을 시켜 월중선을 들어오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한유추는 월중선에게 연락을 하여 오도록 했다. 그동안 만덕은 자신이 겪은 사연을 신광익에게 말했다.

“허참, 그것 참 안되었구나.”

때맞추어 월중선이 들어왔다. 느닷없이 관아로 끌려오다시피한 월중선은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만덕을 보고는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대는 거짓없이 사실을 말하라.”

“예.”

“양민인 만덕을 자네가 관기로 만들었는가?”

“예, 제가 관기에서 벗어나고자 만덕을...”

월중선은 말을 잇지를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신광익은 한유추와 의논을 하고는 말했다.

“만덕을 오늘부로 관기에서 면천하노라.”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네가 양민이 되어 어려운 백성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되느니라.”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만덕은 신광익과 한유추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기생에서 벗어나 양민이 될 수 있었다. 만덕의 나이 23세에 양민으로 다시 신분이 바뀌었던 것이다. 만덕은 월중선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만덕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월중선을 껴안으며 말했다.

“제가 기생에서 양민이 되었어요.”

“그래, 내 어깨에 짊어졌던 돌덩어리를 내려좋은 기분이구나. 정말 장하구나.”

월중선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만덕은 월중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만덕아, 이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목사영감과 약속했어요. 장사를 하여 이익을 올려 어려운 제주의 백성들을 도와주겠다고요.”

“여자의 몸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월중선은 장롱을 열더니 자신이 평소에 하던 장신구를 만덕에게 주었다.

“이것을 팔아 장사를 하는 밑천으로 삼도록 하라.”

“이것은 어머니께서 가장 아끼시는 장신구가 아니에요?”

“아니다. 내가 너에게 진 빚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못해주겠니?”

“어머니, 고맙습니다. 제가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만덕과 월중선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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