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은 말을 타고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 과목은 제주 기생들이 주로 연습하는 과목이었다. 말을 타본 적이 없는 만덕에게는 처음에는 무서웠다.
“이왕 기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니 눈을 딱 감고 한번 타보자.”
교수의 도움을 얻어 말의 등에 올라탔다. 아래를 보니 땅바닥이 저만치 있는 듯 하였다. 만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교수가 말고삐를 만덕에게 넘겨주었다. 무서웠지만 만덕은 말을 천천히 몰았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만덕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을 등을 겨앉으며 소리를 질렀다.
“어어어!”
교수가 소리쳤다.
“말고삐를 잡아당겨라.”
그러나 만덕에게 교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교수는 다시 한번 소리쳤다.
“너 죽고 싶냐? 죽고 싶지 않거든 어서 말고삐를 잡아당겨라!”
만덕은 정신을 차려 말고삐를 당겼다. 만덕이 말고삐를 당기자 달리던 말이 속도를 늦추었다. 만덕은 자세를 바로 하면서 말등을 쓰다듬었다. 만덕이 말등을 쓰다듬자 말은 얌전해지면서 교수가 서있는 자리로 왔다.
“큰 일 날 뻔 했구나. 오늘은 말을 타는 것으로 끝내야겠구나. 다음에는 말위에서 춤을 추도록 하자.”
말에서 내리는 만덕의 등이 땀으로 흠뻑 졌어 있었다.
다음 날 만덕은 말위에서 춤을 추었다. 어제의 경험을 살려 말을 천천히 몰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말의 방향과 다르게 몸을 움직이자 몸이 휘청거리며 떨어질 뻔 했다.
‘아, 말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춤을 추어야겠구나.’
만덕의 생각은 적중했다. 날렵하게 움직이는 말과 함께 만덕의 팔이 허공을 지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학생과 교수들이 찬탄을 하였다.
“역시 만덕이야.”
“어제 고생을 하더니만 오늘은 뭔가 다르네.”
말과 함게 춤을 추는 만덕은 한 마리의 학과 같았다.
마침내 교육이 마쳤다. 교육을 마치고 휴가를 받아 집으로 온 만덕을 향해 월중선이 말했다.
“어려운 교육을 받느라 고생했다. 그래도 기생으로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구나.”
“무슨 말씀이신가요?”
“기생에도 등급이 있구나. 먼저 일패가 있단다. 일패는 주로 높은 관리들이나 지체 높은 양반들의 잔치에 참여하는 최고의 기생이란다. 이패도 있는데, 이들은 일반 관리들의 수청가지 드는 사람이다. 삼패도 있는데, 이들은 노래와 춤도 추지 못하는 가장 낮은 기생으로 몸을 팔기가지 하지.”
“그럼 제가 갈 길은 오직 일패겠군요.”
“그렇지.”
만덕은 자신의 갈 길이 기생은 아니라고 몇 번이고 결심한터라 일패로서 당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만덕이 기생으로 처음 잔치에 참석하게 되었다. 제주목사가 새로 부임하여 축하하는 잔치였다. 저녁에 열린 환영 만찬을 위해 철저히 준비를 했다. 가야금도 서너 번은 타보고 춤도 한 번 끝까지 추어보았다. 소금물로 입 속도 헹구고 머리도 다시 감았다. 장신구는 역시 다 떼었지만 향수는 살짝 뿌렸다. 만덕은 곱게 단장을 하고 행수 기생과 함께 제주 관아로 나아갔다.
'보고 배우는 인물사 > 거상 김만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기생이 아니다 (0) | 2010.05.16 |
---|---|
기생을 어머니로6 (0) | 2010.05.12 |
기생을 어머니로4 (0) | 2010.05.03 |
기생을 어머니로3 (0) | 2010.04.25 |
기생을 어머니로2 (0) | 2010.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