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기생을 어머니로3

윤의사 2010. 4. 25. 14:27

어머니와 딸이 된 만덕과 월중선은 더욱 가까워졌다. 만덕도 월중선을 어머니처럼 따르니 월중선은 만덕을 더욱 예뻐했다. 사람이 하나를 얻으면 도다른 욕심이 생긴다고 했던가? 월중선은 40여년 관기 생활이 지겨웠다. 그녀가 관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 대신에 다른 여자를 관기에 넣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제주 관아에서는 새로운 관기를 뽑을 예정이었다. 월중선의 마음은 바빴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야.’

월중선은 만덕을 불렀다.

“만덕아, 엄마의 비단옷이 입고 싶지는 않니?”

만덕은 월중선의 물음에 당황하였다. 월중선이 자신을 기생으로 만들려는 생각을 알았기 대문이었다.

“저는 지금 무명옷이 더 좋습니다.”

만덕의 말에 월중선은 실망하였다. 하지만 월중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이 살면서 어지 무명옷만 입고 살 수 있겠니? 더구나 고기와 각종 해산물로 이루어진 산해진미가 가득한 음식도 먹어야 되지 않겠니?”

“아니예요. 저는 지금 이 생활이 좋아요.”

월중선은 자신의 뜻을 몰라주는 만덕이 섭섭했다. 월중선은 만덕이 방에서 나간 후 생각에 잠기었다.

다음 날 그녀는 안덕댁을 찾았다. 월중선의 말에 안덕댁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안됩니다.”

“안덕댁이 나를 좀 도와주시오. 이제 내 나이도 오십을 넘겼소. 관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소. 더구나 만덕이는 부모도 없는 고아이지 않소. 만덕이가 관기가 되면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겠소.”

월중선의 말에 안덕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해보시오. 본래 만덕은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서 부모님이 아프면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줄 것이오. 아주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내가 문병을 가는 척하여 만덕에게 말을 해보지요.”

“고맙소.”

안덕댁을 만나고 난 월중선은 방안에서 밥도 먹지 않은 채 끙끙거리며 앓았다. 만덕은 월중선이 밥도 먹지 않으면서 아프자 걱정이 태산이었다. 월중선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안덕액이 찾아왔다.

“만덕아, 고생이 많구나.”

“아주머니, 오랜만이예요.”

“어머니가 아프다고...”

“예, 걱정이예요.”

안덕댁은 걱정하는 채 하면서 방으로 들어섰다. 차를 가지고 만덕이 뒤다랐다. 안덕댁이 만덕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병은 마음의 병인 듯 하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오랜 관기 생활을 하다보니 남자들에게 많은 고초를 겪지 않았겠니?”

“맞아요.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안덕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번에 새로 관기를 뽑는다고 하더구나. 네가 어머니를 대신해 나가면 어떨까 하는데...”

만덕은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준 월중선에게 고마웠기에 이제는 더 이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만덕의 허락에 월중선은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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