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기생을 어머니로1

윤의사 2010. 4. 18. 12:00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만덕은 걱정스레 오빠를 바라보았다. 고씨 부인의 유언에 따라 만덕은 오빠 만석과 떨어지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만덕과 만석은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만덕아, 큰아버지께서 나만 오라고 하신다. 단지 너만 홀로 남겨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구나.”

오빠의 마음을 아는 만덕은 웃으며 말했다.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힘으로 살아볼 테니까요.”

만덕은 오빠에게 씩씩하게 말했다. 만석은 만덕의 어깨를 두드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큰아버지집으로 향했다. 오빠가 큰아버지집으로 가고난 뒤 만덕은 결심하였다.

“나혼자 일어서 보는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만덕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응열이 벌어다주는 돈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던 만덕이 바다에 나가서 물질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남의 밭에 나가 일을 하려는 모든 것이 서툴러 실수투성이였다.

만덕의 모습을 지켜보는 안덕댁의 마음은 아팠다. 자신이 탯줄을 자르고 태어난 아이가 바로 만덕이 아니던가?

“무슨 팔자가 저리도 모질단 말인가?”

한창 생각을 하던 안덕댁이 만덕을 찾았다.

“만덕아!”

만덕이 반갑게 안덕댁을 맞았다.

“만덕아, 혼자 생활하기가 힘들지. 내가 너를 데려다가 함께 살았으면 좋겠지만, 지금 내 형편도 그렇지 못하고...”
안덕댁은 말을 잇지를 못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한참 고민을 하던 안덕댁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월중선이라는 기생이 있단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 집안 일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기생집으로요?”

“기생이면 어떠냐? 너만 기생이 아니면 되지 않겠니? 그리고 그곳으로 가면 당장 먹을 것, 입을 것같은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안덕댁의 말에 만덕은 생각에 잠기었다.

기생인 월중선에게 간다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기생의 자식으로 손가락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지금 혼자 살기에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니 만덕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만덕의 고민을 아는지 안덕댁이 입을 열었다.

“내가 잘 얘기를 해놓을테니, 네가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떠나도 된다고...”

만덕은 안덕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짐을 싼 만덕이 월중선의 집으로 향했다. 만덕은 자신이 12년 동안 살던 집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만덕아, 이 집은 네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단다.”

안덕댁은 만덕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를 하였다. 월중선은 제주 관아 소속의 관기 중 가장 높은 행수 기생이었다. 행수 기생은 제주 관아의 기생을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월중선의 옷은 비단 치마저고리에 머리와 손가락에는 각종 장신구가 번쩍이었다.

“네가 만덕이더냐?”

“네”

“내가 집을 비울 때가 많으니 알아서 집안일을 하기 바라는구나.”

“알겠습니다.”

월중선의 집으로 온 만덕은 허드렛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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