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거상 김만덕

부모님을 여의다2

윤의사 2010. 4. 10. 21:33

김응열이 세상을 떠난 후 만덕이의 가정은 하루아침에 엉망이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고씨 부인은 남의 집 바느질거리를 찾아다녀야만 했다.

집안 식구를 책임져야할 고씨 부인이었기에 일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그런데 일을 너무 많이 한 고씨 부인의 몸과 마음은 쇠약해 있었다.

때맞추어 전국적으로 돌림병이 유행하였다. 영조 26년(1750) 정월부터 돌림병은 시작되었다.

우물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고, 위생 관념이 없던 시대였기에 돌림병은 짧은 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나라에서는 돌림병에 걸린 사람들을 산 속으로 옮겨 치료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돌림병은 계속 유행하였다. 5월말까지 죽은 사람이 전국에서 12만 5천여 명에 이르렀다. 마을에서는 죽은 사람들을 장례식조차 지내지 못했다. 혹시 돌림병에 걸려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치루다 자신이 전염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마을 곳곳에는 죽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몸과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고씨 부인이 돌림병을 피해가지 못했다. 5월부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던 고씨 부인은 시간이 갈수록 병세가 악화되었다. 만덕은 보릿가루로 죽을 쑤어 어머니에게 먹도록 하였다. 그러나 고씨 부인은 이미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만덕이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어머니 입으로 넣어드렸다.

“어머니, 이 죽이라도 드셔야 병이 낫지요.”

만덕이 떠주는 죽을 고씨 부인은 입으로 받아먹나 싶더니 도로 입 밖으로 토해 냈다. 만덕은 어머니의 입주위를 저고리 고름으로 닦아 드린 후 다시 죽을 드렸다. 그러나 죽을 삼킬 힘조차 없는 고씨 부인은 다시 죽을 밖으로 토해냈다. 고씨 부인이 눈으로 만덕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힘을 주었다. 만덕은 얼른 귀를 어머니 입가에 가까이 댔다.

“만덕아, 오빠와 의좋게 지내야만 한다. 결코 떨어져서는 아니된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힘이 없었다. 만덕은 감기는 고씨 부인의 눈을 향해 힘차게 끄덕였다.

“어머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얼른 일어나세요.”

고씨 부인은 만덕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었다.

“어머니!”

만덕 남매를 쳐다보는 이웃 주민들은 안타까웠지만 자신의 코가 석자였기에 혀만 찼다.

“이를 어쩌나?”

“어찌 저리도 복이 없을까?”

“부모들도 매정도 하지? 어찌 어린 남매만 두고 가나?”

만덕은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장례을 치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