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복궁에서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창덕궁의 부용지보다는 크고
경회루의 연지보다는 작지만
북악산과 어울린 연못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고종이 명성황후를 위해 지은 건청궁 앞에
옛 후원인 서현정 일대를 새롭게 조성하여
임진왜란 이후 습지로 있던 곳에
연못을 파고,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으며
섬 안에 인공의 섬을 만들고
그 위에 2층의 육각형 정자를 지어서
‘향기는 멀수록 더욱 밝다’라는 뜻의
향원정(香遠亭)이라 불렀다.
‘향원정’은 송나라의 성리학자인 주돈이가 쓴 <애련설>이라는 글에
‘향원익청(香遠益靑)’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연못에서 향원정을 갈 때
‘향기에 취한다’는 뜻의 취향교(醉香橋)을 건넌다.
나무로 만든 구름 다리인 취향교는
조선시대 연못에 놓인 목교로는 가장 긴 다리이다.
원래는 건천궁에서 바로 건널 수 있게 북쪽에 만들어졌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남쪽에 다시 지은 것이다.
향원지에 물은 지하수와 열상진원샘이며,
이 물이 경회루의 연지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다.
북악산과 어울리는 향원정은 한폭의 그림이다
가을에 가면 더욱 아름다운 향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