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셔주고 있다.
아마도 이 비가 그치면 날씨가 추워질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 내리는 비를 가리켜 '술비'라고 하였다.
농번기가 끝난 겨울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친구들과 술을 벗삼아 낭만을 즐긴 듯 하다.
역시 우리 조상들은 일할 때와 즐길 때를 아는 모양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비를 달리 불렀다.
봄에 내리는 비는 '일비'라고 했다.
옛날에는 저수지와 관개 시설이 부족하였으므로 물이 중요하였다.
그러므로 곧 닥쳐올 모내기에 대비하여 물을 담아두어야만 했으므로 논둑에 가래질을 하느라
무척 바빴던 것이다.
여름에 내리는 비는 '잠비'라고 하였다.
농번기인 여름철에 그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비가 오는 동안이었다.
일에 지친 농민들에게 단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비였던 것이다.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비'라고 하였다.
추수가 끝난 뒤에 내리는 비였으므로 추수한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1년 동안 수고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조상들이 계절에 따라 부르는 비의 명칭이 참 멋스럽다.
바쁘게 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