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신은 막걸리를 따르며 기원했습니다.
‘제발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우리 백성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왜적을 물리치게 해 주십시오.’
순신의 기원이 끝나자 물길의 인도를 맡은 광양현감 어영담이 거북이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북이에게 막걸리를 한 사발을 들이키게 하고는 바다로 보냈습니다. 순신의 기원을 용왕에게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592년 5월 4일.
드디어 순신은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를 침범한 왜군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처벌하자. 나의 용감한 병사들은 우리 백성들을 죽인 원수를 갚아야 하느니라. 자, 진군하라!"
순신의 명령에 병사들은 함성으로 답했습니다.
"와아! 와아!"
순신은 포구로 나가서 전선을 헤아려보았습니다. 판옥선 이십사척, 협선 열 다섯척, 포작선 사십육척 등 모두 합쳐 여든다섯 척이었습니다. 좌수영의 모래밭에는 군복을 입은 수군들이 늘어섰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더없이 씩씩했고 용감했습니다.
출동을 알리는 대포 소리가 맑은 하늘을 가르며 천지를 진동시켰습니다. 마침내 진군의 북소리가 둥둥 울렸습니다. 북소리가 바다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순신은 높은 곳에 올라서서 좌수영을 둘러보았습니다. 비록 왜적의 숫자보다는 적지만 용감한 군사들이 모래밭에 가득 모여 있었고 멀리 포구에는 배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바다에는 파도가 엄청나게 거세었습니다. 그러나 수군이 출동하는 날이 되자 이상하리만큼 잔잔했습니다.
순신은 대장선 위에 우뚝 올라서서 수군의 배치를 보고 받았습니다.
방답 첨사 - 이순신 - 중위장
낙안 군수 - 신 호 - 좌부장
흥양 현감 - 배흥립 - 전부장
광양 현감 - 어영담 - 중부장
발포 만호 - 나대용 - 유군장
보성 군수 - 김득광 - 우부장
녹도 만호 - 정 운 - 후부장
여도 권관 - 김인영 - 좌척후장
사도 첨사 - 김 완 - 우척후장
영 군관 - 최대성 - 간후장
영 군관 - 배응록 - 참퇴장
영 군관 - 이언량 - 돌격장
조선 수군은 장수 열두 명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김인영, 김득광, 어영담, 정운은 오른쪽 개이도로 들어가 적의 정세를 살피고 나머지 대장선들은 모두 평산포를 거쳐 미조항으로 떠나라.”
순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배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20일이 지난 뒤에서야 조선 수군은 전쟁터로 출동한 것이었습니다. 전쟁터로 향하는 순신의 마음은 왜적을 무찌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불타고 있었습니다.
순신은 부하 장수들을 이끌고 소비포 앞바다에서 첫날밤을 지낸 뒤, 당포로 내려가 원균과 만났습니다.
"어려운 때를 맞이하여 고생이 많습니다."
순신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원균도 순신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였습니다."
원균의 뒤를 이어 남해현령 기효근과 미조함첨사 김승룡, 영등포만호 우치적, 옥포만호 이운룡이 함께 왔습니다.
순신은 원균과 함께 자신이 이끌고 온 부하 장수와 경상도의 장수들을 인사시키면서 앞으로의 작전을 설명했습니다.
5월 7일
순신은 왜군이 진을 치고 있는 천성 가덕도를 향했습니다. 척후선은 앞서면서 왜군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옥포 앞바다에 이르자 척후선에서 적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불화살이 공중에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순신은 부하 장수들을 모았습니다.
“지금 옥포에 적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모든 장수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싸워라. 함부로 가볍게 행동하지 말고 산처럼 무겁게 행동하여라.”
순신은 무거우면서 엄하게 말했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부하 장수들이 모두 함께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순신은 이번 싸움에서 꼭 이겨야만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 앞으로의 전투에서 계속 승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순신의 명령에 따라 전선들이 옥포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옥포앞바다에는 50여척의 적선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왜군들은 옥포 바닷가에 있는 마을로 올라가 불을 지르고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습니다.
순신의 배를 보고 왜군들은 서둘러 배에 올라 옥포앞바다로 나왔습니다.
"적을 공격하라! 공격하라!"
순신의 명령에 북이 울렸습니다.
"둥!둥!둥!"
공격을 알리는 북소리에 조선 수군은 앞서서 왜군배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군들은 얼마를 못가 눈치를 보며 나서지를 못했습니다. 순신은 답답했습니다. 아직 왜군의 공격력을 모르는 우리 수군이었기에 멈칫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 정운이 이끄는 전선이 앞으로 나갔습니다. 왜군을 향해 달려들던 정운의 배에서 대포를 쏘았습니다. 우뢰와 같은 대포 소리와 함께 왜군배에서 불길이 올랐습니다. 정운이 왜군배를 불태우는 것을 본 우리 수군들이 하나 둘 앞으로 나섰습니다.
정운의 배가 너무 앞서나가 왜군의 배 2척이 정운의 배를 에워쌌습니다.
"정운을 구하라!"
순신이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전부장 배홍립이 배를 몰고나가 왜군배 2척에 대포를 쏘아 보기좋게 불태웠습니다. 조선 수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랐습니다.
옥포 앞바다는 바닷물에 빠진 왜군들의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신은 대장선을 타고 다니며 병사들을 격려하였습니다.
조선 수군들은 왜군배에 올라가 왜군과 칼싸움을 벌여 쓰러뜨리는가 하면, 화살을 쏘아 왜군을 쓰러뜨리기도 하였습니다. 왜군들은 조선 수군에 쫓겨 이리 저리 몰리면서 자기 배끼리 부딪히며 배가 부서졌습니다.
"왜군배가 도망친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왜군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면서 바닷가에 내려 산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순신은 추격하는 것을 그만두고 왜군 배에 잡혀있던 백성들을 모두 구해냈습니다. 첫 번째 싸움에서 조선 수군은 크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큰 배 13척, 중간 배 11척, 작은 배 2척을 불태우거나 바닷 속에 가라앉혔습니다.
"와아!"
병사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습니다. 여수로 돌아온 이순신은 선조에게 승리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하
전라좌도수군절도사 이순신이 삼가 글을 올립니다.
우리 수군이 왜군배와 왜군들을 무찌른 승리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우리 수군은 한척의 피해도 없이 왜군배 42척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왜군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소인과 병사들은 더욱 분발하여 왜군을 물리치겠습니다.
이순신’
평양으로 피난을 가던 선조임금은 순신의 글을 받고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역시 이순신이야! 고맙고 또 고맙도다.”
류성룡은 자신이 추천한 이순신이 처음으로 왜군을 물리쳤다는 것을 매우 기뻐했습니다.
옥포대첩비(거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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