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인물사/류성룡

드디어 왜군을 물리치다

윤의사 2015. 3. 15. 12:03

한양이 점령당했다는 소식에 순신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몇 번 선조임금에게 싸워도 되냐고 상소를 올렸지만 피난가느라 정신이 없는 임금에게서 소식이 올 리가 없었다. 순신은 방답 첨사 이순신, 낙안군수 신 호, 흥양현감 배흥립, 광양현감 어영담, 발포만호 나대용, 보성군수 김득광, 녹도만호 정 운, 여도권관 김인영, 사도첨사 김 완 등 장수를 수영인 진해루로 불렀다.

"내 일찍이 왜군을 맞아 싸워야 되는지를 전하께 여쭈어보았으나 지금까지 소식이 없도다. 나라가 이지경에 이르렀으니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떻소?"

모두 숨을 죽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때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녹도만호 정운이었다.

"장군, 더 이상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백성들이 죽어가는데 무엇을 기다립니까?"

낙안군수 신호가 말했다.

"장군, 전하의 명령없이 싸우다가 혹시라도 나중에 변을 당하시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적들은 경상도에 있습니다."

그러자 방답첨사 이순신이 나섰다.

"무슨 말씀이오? 나라를 지키는데 경상도와 전라도가 어디에 있습니까? 경상도에 살건 전라도에 살건 모두 우리나라 백성이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장수들의 말을 듣고 있던 순신이 일어섰다.

"여러분들의 뜻은 잘 알겠소.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소. 바로 출전이오. 백성들이 어디에 있건 왜군의 칼아래 고통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내일 경상도 우수영을 향해 떠날 것이다. 오늘 밤 모두 전투 준비를 하고 좌수영으로 모여라."

그 때 밖에서 군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군, 아뢰옵니다.”

"무슨 일이냐?"

“여도 수군 황옥천이 전쟁터로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도망치다 잡혔다고 하옵니다.”

왜군과 싸우기를 반대했던 장수들의 얼굴에 ‘그것보아라’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순신은 부장들의 모습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말했다.

“나라가 바람 앞에 놓인 등잔불과 같이 어려운 때에 도망을 치다니. 그 놈의 목을 베어 모든 군사가 볼 수 있도록 성문에 매달아라.”

순신의 명령에 장수들은 깜짝 놀랐다. 평소에 이순신은 군사들을 친자식처럼 감싸주었다. 군사들에게 먹을 것이 부족한지, 입을 것이 없는지 항상 아버지처럼 보살폈다. 그런데 황옥천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다니!

장수들은 서로 멍하니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지금부터 자기 한 몸을 돌보기 위해 나라를 버리는 사람은 살아남지 못하리다.”

순신은 칼을 높이 쳐들고 말했다. 목소리는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순신은 그날 밤 전쟁터에 나가는 용왕에게 올리는 제사를 지냈다. 제사상에는 돼지의 머리대신에 거북이가 올려졌다. 바로 토끼의 간을 찾으러 왔던 거북이를 용왕에게 보내 전선의 무사안녕을 빌기위함이었다.

순신은 막걸리를 따르며 기원했다.

‘제발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우리 백성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왜적을 물리치게 해 주십시오.’

순신의 기원이 끝나자 물길의 인도를 맡은 광양현감 어영담이 거북이를 들었다. 그리고 거북이에게 막걸리를 한 사발을 들이키게 하고는 바다로 보냈다. 순신의 기원을 용왕에게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순신 장군 초상화

'보고 배우는 인물사 > 류성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주로, 의주로  (0) 2015.03.22
드디어 왜군을 물리치다2  (0) 2015.03.19
임진왜란4  (0) 2015.03.10
임진왜란3  (0) 2015.03.06
임진왜란2  (0) 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