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일상

생일 케익

윤의사 2007. 11. 23. 22:37

10여년 전의 일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침에 생활 영어를 15분 동안 하였다.

 그 날도 조회와 생활 영어를  감독하기 위하여 우리 학급으로 향했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모두 자리에 있어야 할 우리 얘들이 두 명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아도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생활 영어와 조회를 하고 아이들 걱정으로 교무실로 향하는데,

두 녀석이 케익을 들고 우리 교실로 오고 있었다.

   "야, 이 녀석들아! 어디 갔다가 오는 것이냐?"

반가운 나머지 내가 버럭 소리를 질러도 아이들은 노여운 기색은 보이지 않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인사를 하며 말했다.

   "선생님, 어서 교실로 오세요."  

두 녀석은 나의 팔을 끌며 교실로 향했다.

아이들의 팔에 이끌려 교실로 오자, 우리 얘들이 일제히 일어나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

녀석들은 책상위에 교사 주소록에 적힌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보고 내 생일이라고 축하해준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녀석들이 기특하기도 하였다.

   "얘들아, 오늘 생일이 아닌데..."

나의 말에 아이들은 일순 조용해졌다.

   "너희들의 정성은 고맙단다. 사실 선생님은 음력 생일로 하거든.

   그래도 너희들이 있어 정말 보람이 있단다."

나의 말에 녀석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하였다.

오늘 학교에서 교직원 생월잔치를 하면서 10여년 전의 모습을 더올려 보았다.

아! 이 녀석들이 이제는 결혼을 하고 자식들도 낳았겠지.

모두들 잘 살고 있겠지.

녀석들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부끄러운 선생님이 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채찍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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