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24절기

오늘은 상강(霜降)

윤의사 2023. 10. 24. 19:58

24절기의 하나로 서리(:)가 내릴(:)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상강이다.

한로와 입동 사이에 위치한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이 무렵에는 농촌에서는 한해 농사의 마무리로 바쁜 수확의 계절이다.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인다.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상강 무렵엔 수확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이 부족할 시기이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필요할 만큼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수확을 마무리하기에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다. 상강이 지나면 겨울채비도 해야 한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활짝 핀 국화 때문에 중양절처럼 국화주를 마시며 소풍을 즐겼다. 국화에는 태양의 기운이 감돈다고 해서 화전이나 차로 먹었다. 국화전은 국화꽃을 따다가 기름칠을 한 번철(燔鐵: 후라이판처럼 부침개질·지짐질을 할 때 쓰는 둥글넓적한 철판)에 여러 색깔의 국화를 올린 다음 그 위에 쌀이나 밀가루 반죽을 올려 지지는 것이다. '감국(甘菊)'이라고 불리는 노란 국화로 만든 국화차는 지방간 예방에 좋은 콜린,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로 쓰이는 아데닌이 풍부하여 이때 마시면 아주 좋다.

국화는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불리는데, 이는 서릿발이 심한 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홀로 꼿꼿하다라는 뜻으로 추워지며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지만 꿋꿋하게 피는 국화나 충신을 가리키고 있다.

제철 과일로 감도 있다. 감은 비타민AC, 탄닌, 칼륨과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 고혈압을 예방하는데 좋다.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권문해는 <초간집(草澗集)>에서 활짝 핀 국화를 보고 한 폭의 그림처럼 시를 지었다.

 

半夜嚴霜遍八紘(반야엄상편팔굉)/肅然天地一番淸(숙연천지일번청)

望中漸覺山容瘦(망중점각산용수)/雲外初驚雁陳橫(운외초경안진횡)

殘柳溪邊凋病葉(잔류계변조병엽)/露叢籬下燦寒英(노총리하찬한영)

却愁老圃秋歸盡(각수노포추귀진)/時向西風洗破觥(시향서풍세파굉)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점점 파리해 보이고/구름 끝에는 기러기가 놀라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것은 늙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조선 시대에 상강에 국가 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하기도 했다.

<세종실록> 89, 세종 22(1440) 613

 

예조(禮曹)에서 둑제 의주(纛祭儀注)를 지어 바치었는데,

시일(時日)이 되어 장차 제사 지내려면, 서운관(書雲觀)에서 봄에는 경칩(驚蟄) 날로(가을에는 상강(霜降) .) 예조(禮曹)에 보고하면, 예조에서 계문(啓聞)하고 유사(攸司)에게 산고(散告)하여 직책에 따라 공판(供辦)하게 한다.

 

에서 보는 것과 같이 봄의 경칩과 가을의 상강에는 둑제(纛祭)”를 지냈다. 둑제란 조선 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軍令權)을 상징하는 둑(), 곧 군대의 대장 앞에 세우는 군기(軍旗)에 병조판서가 주관하여 지내는 나라의 제사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국조오례의>에는 소사(小祀)’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제사는 유일하게 무관들이 주관하여 지내는 제사로 문신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뚝섬은 조선 시대 둑제를 행하던 곳이기에 붙여진 지명이다.

감(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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