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재미나고 무서운 에피소드

윤의사 2023. 5. 11. 14:37

붓다가 시자이자 사촌동생인 아난과 더불어 사위성에 들어가 탁발에 나섰다.
이때 아버지 파세나디왕을 죽이고 새로 사위성의 왕이 된 아사세는 아버지가 섬기던 붓다를 미워하여 "저 늙은이에게 보시하는 사람은 500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어명을 내렸다.

여기저기 탁발을 다녀도 붓다는 밥 한 술 얻지 못한 채 돌아나왔다. 사람들은 왕명이 무서워 아예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내 참, 붓다도 빈 손으로 돌아올 때가 다 있다.

그런데 그때 빈 발우를 들고 돌아가는 붓다를 본 한 여종은, 혹시나 싶어 버리려던 쌀뜨물을 깨진 질그릇에 담아 들고 붓다에게 나아갔다. 쌀뜨물은, 음식이 아니라 버리는 구정물이나 같아서 왕명을 어기는 건 아니다.

"저, 바가바트시여. 혹시라도 오늘 잡수실 게 없으시다면, 힘없는 제게 있는 것이라고는 주인이 버리는 쌀뜨물 밖에 없고, 그릇조차 제 것이 없어 깨진 질그릇에 담아왔는데, 받아주실 수 있는지요?"

붓다는 웃으면서 기꺼이 깨진 질그릇에 담긴 쌀뜨물을 발우에 받았다.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쌀뜨물을 얻어 기원정사로 돌아온 붓다는 아난과 더불어 이 멀건 쌀뜨물을 나눠 마셨다.(나도 먹어봤는데 아무 맛없다)

그때 붓다가 쌀뜨물을 마시는 아난에게 말했다.
"아난아, 맛있게 좀 먹어줘라. 이 쌀뜨물을 보시한 그 여종은 장차 이 보시공덕으로 하늘사람으로 나 복덕을 누릴 것이다. 그러고도 반야지혜를 깨우치리라."
"예? 아니, 맛도 없는 쌀뜨물 좀 보시했다고 보시공덕이 그렇게나 큽니까? 벼라 별 걸 다 보시한 파세나디왕은 막상 아들 아사세왕에게 죽었는데요?"

"아난아, 너 니그로다 나무 알지?"
"알지요. 그늘이 넓어 저도 자주 쉬어가는 나무지요."
"큰 나무는 얼마나 크냐?"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수레 수백 대가 쉬기도 하는 큰 나무가 있답니다."
니그로다 나무는 줄기가 땅으로 내려와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퍼진다. 그래서 한 그루가 숲을 다 차지하는 수도 있다.

"아난아, 그런데 그 큰 니그로다 나무의 씨앗을 본 적이 있느냐?"

"겨자씨보다 더 작지요."

"아난아, 그런데 그 큰 니그로다 나무의 씨앗을 본 적이 있느냐?"
"겨자씨보다 더 작지요."

 


"아난아, 그러하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그 씨앗은 매우 작다. 여종의 보시공덕이 비록 작다 하나 복덕으로 치면 큰 씨앗이다. 이렇듯이 보시공덕의 씨앗이 있어 자라나면 한없이 크고, 악의 업보도 그 씨앗은 너무 작아 감추고 속일 수 있을 것같지만 그게 자라나는 날이면 아무도 감당하지 못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괴로워도 사람들은 복전(福田)과 업전(業田) 어디에 어떤 농사를 지을지 결정해야만 한다."

그렇다. 인연의 씨앗은 너무 작아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귀찮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남이 모른다고 감추거나 덮지 말라. 쉽다고 말로 욕하지 말라. 그 대신 누굴 돕기에는 힘이 없고, 돈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말 보시라도 하자.

힘든 사람, 어려운 사람 보면 모른 척 말고 사탕 한 개라도 꺼내주고, 줄 게 없으면 말 한 마디라도 보태줘라.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다 잘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