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사바는, '참고 견디는 땅'

윤의사 2023. 4. 7. 08:54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가리켜 고타마 싯다르타는 '사바(Sabha)'라고 말했다.

사바는, '참고 견디는 땅'이란 뜻이다.

이런 사바에서 행복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망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사바에서 행복한 삶이란 없다. 행복의 조건 중 하나인 평등도 없다. 사바는 불행과 불평등이 가득 차 있는 세상이다.

 

황제가 행복한가? 왕이 행복한가? 

왕이 많기로는 춘추전국시대가 제일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일어났다가 사라진 나라는 무려 52개국이고, 피살된 왕과 제후만 36명이다. 왕자나 공자들이 비명횡사한 건 하도 많아서 집계도 못한다.

 

아돌프 히틀러는 권총자살하고, 무솔리니는 장대에 거꾸로 매달려 죽고, 엄청난 제국을 세운 알렉산드리아 3세는 32살에 허망하게 죽고, PC와 아이폰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스티브 잡스는 56세에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대체 누가 행복하게 살다 죽었단 말인가?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 신분을 버리고, 왕손인 아들도 머리 깎아 출가시키고, 이모어머니와 부인까지 비구니로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사촌들까지 모조리 비구로 만들었다.

오랜 기간 세계 1위 거부 자리를 지킨 빌 게이츠도 27년만에 부인과 이혼했다. 그러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세상을 비판한다. 

이순신은 계급 없이 복무하는 백의종군을 두 번이나 하고, 왜적에게 아들을 잃었다. 그러고도 혹독한 고문을 받았으며, 그 자신이 왜적의 총에 맞아 죽었다.

누굴 예로 들어줄까?

 

자, 남은 것은, 우리는 결국 참고 견뎌야 한다는 사실 뿐이다.

아무리 목말라도 참고, 아무리 배고파도 참고, 아무리 돈과 명예에 욕심이 나도 참아야 한다.

참고, 참고, 참는 것만이 이 사바의 생존법이다.

참지 못하고 도둑질하거나, 거짓말하거나, 죽이거나, 강간하면 결국 사바의 삶은 더 거칠어진다. 그러잖아도 숨가쁘게 살아야 하는데, 죄가 쌓이면 내 발을 내 마음대로 못쓰고, 내 손을 내 마음대로 못쓴다.

 

그럴수록 참고 견뎌야 한다. <참고 견디는 삶>임을 안다면 더 고통스러울 일은 없을 것이다. 욕망이 바로 화를 불러들이는 안테나이므로, 욕망을 가라앉힌 사람에게 화는 걸려들지 않는다.

참고 견딜 때 그나마 바이오코드가 힘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참고 견뎌야 한다. 긴긴 겨울 참고 견딘 벚나무에 꽃봉오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추위에 살아남지 못할까봐 걱정되어 어서 어서 씨앗을 맺으려는 것이다. 꽃을 피우다 죽더라도 벚나무라는 종은 살아남아야 하니까 온몸의 에너지를 다 꺼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우리도 참고 견디며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비록 뜻을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식만은, 자식의 자식만은 해내겠지 하면서 참고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