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유감스럽다

윤의사 2022. 11. 24. 18:27

말을 잘못해 오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해야 오해나 갈등을 풀 수 있을까.

김모 국회의원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거짓말이엇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사과를 표현하는 말로는 ‘유감입니다’ ‘미안합니다’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유감(遺憾)’은 ‘내 마음에 아직 섭섭함이 남아 있다’는 뜻의 일본식 어법이다.

주로 대통령 등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이 말을 종종 쓰는데, 듣는 쪽에서 잘 동의하지 않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유감과 사과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있는 느낌'을 뜻하는 말"

이라며 "사과나 사죄, 미안과 죄송의 개념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미안(未安)합니다’의 경우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다.

‘사과합니다’라고 직접 말할 수도 있는데,

‘사과(謝過)’의 사(謝)는 화살을 쏘듯이 분명히 말하는 것이고, 과(過)는 ‘입이 비뚤어져 헛소리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허물을 스스로 말해 용서를 청하는 표현이다.

‘죄송(罪悚)합니다’를 쓰는 사람도 많은데, 이 말은 사과를 청하는 마음이 깊이 드러난 표현이다.

말하자면 ‘제 잘못에 저도 놀라 크게 뉘우치고 있습니다’란 뜻이다. 사과보다 강한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송구(悚懼)합니다’는 자주 쓰이지만 뜻이 너무 무거운 말이다.

송구의 뜻은 ‘제 잘못이 너무 커 두렵고 떨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이다.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나 쓰는 가장 강한 표현이다.

순우리말로도 사과를 표현할 수 있다.

‘부끄럽습니다. 잘못 드린 말씀이니 마음 푸십시오’ 등으로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이재운 선생님의 '말글바루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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