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동쌤의 역사 속의 오늘은?

오늘은 갑신정변이 일어난 날

윤의사 2021. 12. 4. 10:52

12월 4일

오후 7시경, 전동(典洞)에 있는 우정국 연회장 안으로 각국 공사들과 수구파의 대표들인 민영익, 한규직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낙성식에는 모두 18명이 참석하였다.

우정총국

낙성식이 있기 몇 시간 전인 4시쯤에 김옥균은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 잠시 우정국에 들렀었다.

김옥균

우정국에는 홍영식 등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홍영식은 일본공사 다케소에는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오지 못하고, 독일 영사도 병이 나서 못온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수구파 핵심 인물들은 참석할 것이라고 하였다. 다만 윤태준은 야간 근무이기 때문에 궁내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김옥균은 어차피 궁안으로 들어갈 것이니까 그리 걱정이 안된다고 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고종 곁에 시중을 들고 있는 내시 변수(邊樹)가 일부러 고종이 낮잠을 자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쌓인 결재 서류를 계속해서 올렸다. 이것은 거사 후 고종을 개화파 수중에 넣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

연회는 서양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옥균은 시간을 벌기 위해 요리사들에게 천천히 음식을 내오라고 은밀히 지시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가도 별궁 쪽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김옥균 등은 시간을 끌면서 침착하게 행동을 취했다. 그런데 민영익이 개화파의 거동이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김옥균은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연회에 참석한 여러 공사들과 환담을 나누는 척 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김옥균에게 다가왔다.

“집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김옥균은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문 밖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행동대원인 박재경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김옥균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박재경은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급히 말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별궁에 불을 지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죠?”

별궁에 불을 지르기로 한 것은 이 궁이 왕의 아들이 혼례를 올린 장소로서 매우 중요한 사적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불이 나면 수구파 대신들이 모두 모여들 것이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모두 현장에서 살해하기 위함이었다. 자칫하다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울 판이었다. 그러나 김옥균은 침착하게 박재경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걱정하지 말게. 이왕 그렇게 되었으니, 우정국 가까운 초가에 불을 놓도록 하게. 빨리 움직여야 하네.”

김옥균의 지시를 받은 박재경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김옥균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일본공사관 서기인 시마무라가 김옥균의 표정을 살피며 다가와 물었다.

“뭐가 잘못 됐습니까?”

시마무라의 질문에 김옥균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별궁에 불을 지르는 것이 실패하였소.”

그러자 시마무라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였다.

“후속 조치를 해놓았으니 우리의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오.”

김옥균의 말에 시마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다시 밖에서 김옥균을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김옥균은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행동대원 유혁로가 허겁지겁 김옥균에게 다가왔다.

“두어 곳에 불을 놓아보았지만 또 실패했습니다. 별궁에 방화를 하려다가 일이 발각되어 지금 사방에 포졸들이 깔려 있습니다. 차라리 이곳을 직접 습격하면 어떨까요?”

유혁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우정국을 직접 칠 경우 외국 공사들이나 참석자들이 다칠 우려가 있었다. 김옥균은 유혁로의 의견을 거절하였다.

“자네 의견도 옳지만 그렇게 되면 외국 공사들이 다칠지도 모른다. 그러니 포졸들의 경계가 허술한 곳을 찾아 다시 시도해보게.”

“알겠습니다.”

유혁로는 힘차게 대답을 하고 다시 돌아갔다. 김옥균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민영익 등은 김옥균이 자꾸 들락거리자 무슨 일인가, 하고 경계의 눈초리로 자꾸 쳐다보았다. 김옥균은 그래도 모르는 체하고 술잔을 들었다.

다시 차와 과자가 나올 무렵이었다. 이때가 10시쯤이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불이야, 불이야!”

절박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창가로 몰려갔다. 마침내 방화에 성공한 것이다. 김옥균은 북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열어 제쳤다. 그러자 벌건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연회장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한규직은 불을 끄러 가야겠다고 하면서 문을 나서려 하였다. 그때였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민영익이 문을 열고 들어와 바닥에 쓰러졌다. 외국 공사들은 그를 보고 당황하였다. 민영익은 불이 나자 심상치 않다고 판단, 몰래 연회장을 빠져나갔다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행동대원들에게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행동대원들은 불을 보고 달려온 포졸들과 부닥치지 않으려고 우정국 안에 숨어 있다가 민영익이 나오자 죽이려고 공격했던 것이다. 민영익의 비명 소리에 놀란 요리사 등이 문으로 몰려 나가고 다른 수구파 대신들도 거기에 묻혀 우정국 밖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더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러나 김옥균은 침착하게 행동대원들을 데리고 나가 일정대로 거사를 추진하였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움직여라.”

김옥균은 부하들에게 지시하고는 일부 행동대원들을 경우궁에 재배치한 뒤 서광범, 박영효 등과 함께 고종이 있는 창덕궁으로 향하였다.

김옥균 등은 금호문을 통해 왕궁으로 들어가 변수의 계획대로 이미 잠자리에 들어 있던 고종을 만나 거짓 보고를 하였다.

“지금 청군들이 반란을 일으켜 민영익이 죽었고 왕궁도 위태로우니 빨리 피하셔야 하옵니다.”

그때 사전에 계획한 대로 생도들과 궁녀들이 설치해 놓은 화약이 폭발하여 사방에 굉음이 진동하였다. 이에 놀란 고종과 민비, 대왕대비 등은 김옥균이 하자는 대로 따라 나섰다.

김옥균은 윤경완을 불러 당직군사 50여 명을 인솔하여 고종 등을 경우궁으로 모시라고 지시해놓고 서광범 등과 함께 뒤따랐다. 이렇게 개화파는 국왕과 왕비 등을 창덕궁에서 이끌어내 방어하기 좋은 경우궁으로 옮겨 자기 수중에 넣음으로써 정치적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김옥균은 경우궁 경비를 강화한 뒤 고종에게 말했다.

“청군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일본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상책이옵니다.”

김옥균의 설득에 고종은 넘어갔다.

“일본군을 경우궁 주변에 배치하라.”

1단계 조치가 끝나자, 김옥균은 군사지휘권을 가진 수구파 거물 한규직, 윤태준, 이조연 등을 제거하는 일을 하였다. 김옥균은 이들을 국왕의 이름으로 불러들여 처단하였다. 또한 수구파의 거물인 민태호, 민영목 등도 국왕의 이름으로 불러들여 처단하고 개화파를 배신했던 환관 유재현도 살해하였다. 이렇게 하여 민비를 뺀 민씨 일가와 수구파의 핵심 인물들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 혁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김옥균 등은 이내 밤을 새워 신정부 내각을 짠 뒤 고종의 윤허를 받아 다음날 세상에 공포하였다.(민병덕 <반역의 한국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