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스크랩] 500년 전 한자 읽는 방법을 알려준 최세진 선생

윤의사 2018. 9. 28. 12:59
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8.9.28 - 29회 / 500년 전 한자 읽는 방법을 알려준 최세진 선생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 24년 28쇄 


지금으로부터 약 5백년 전, 세조 이유 치세 때 중인가문에서 태어나 중종 이역 치세 때 정2품관에 이른 고위 외교 관리 최세진이 어린이 학습서를 펴냈다.

저 고려시대부터 아이들이라면 천자문부터 배우는 게 만고불변의 상식이었지만, 사실 천자문은 대과를 마친 이도 잘 모르는 고사(故事) 투성이의 난해한 책이다. 이런 걸 갓 젖을 뗀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봐야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조선시대의 아동 교육이라는 게 중국 고전이나 달달 외는 앵무새를 만들어낼 뿐이었다.

그런 중에 중국어에 능통하며, 중국어 교본인 노걸대와 박통사를 번역하고, 외교 문서는 거의 도맡아 처리한 최세진이 실용 학습서를 썼으니 지금 생각해도 매우 특별하고 고마운 일이다. 전문 통역사 출신답게 그는 실용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언어학에 조예가 있던 그가 지은 <훈몽자회>는 어린이 학습 말고도 한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우리말을 잘해야 외국어를 잘한다는 말이 이때 이미 실천된 것이다.

<훈몽자회> 서문을 보면 최세진의 지극한 마음을 엿볼 수가 있다.


- 무릇 시골이나 지방 사람들 가운데 한글을 모르는 이가 많다. 이제 한글 자모를 함께 적었으니 먼저 한글을 배운 다음 훈몽자회를 공부하면 밝게 깨우치는데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역시 한글을 배우고 나서 한자를 배우면, 비록 스승이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한문에 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말 우리글을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한문을 배우라고 권하고 있다. 그래서 <훈몽자회>에는 한글만 알면 혼자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시옷의 옷을 적을 때는 실제로 옷을 가리키는 (발음은 의지만 뜻은 옷)라고 한다든지, ‘을 표시할 때는 키를 가리키는 (발음은 기지만 뜻은 키)라고 하는 것이 그런 흔적이다. ()으로 적고, ()로 적고, (가죽)로 적는 노력은 한글을 가르치려는 지극한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허망하게 묻혀 버렸다. 세종 이도의 지극한 마음을 유림들이 짓밟은 것처럼 조선은 한글을 짓뭉갰다.

존 로스 목사가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한글로 표기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우리는 한자를 쓰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1994년 처음으로 우리말 사전 편찬에 뛰어들면서, 한자어를 우리 식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오래도록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명사는 쉬운데 형용사, 부사, 조사가 매우 어려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세진 선생이 쓴 한자어는 모두 3660자인데, 대략 3000자 정도를 우리말로 읽는 법을 정리해 책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衣를 옷으로 읽는 식이다. 栗은 밤, 田은 논, 이렇게 정리 중이다. 이 작업을 통해 필수 한자 교육의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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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알탄하우스
글쓴이 : 태이자 이재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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